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맞닿은 점

바나나에서 발견한 다양성의 가치… '바나나 제국의 몰락'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차별도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서로 다른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 연주를 들을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밀려옵니다. 노래를 부르는 구성원 간에 존중과 배려가 충만할 때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과도 참 닮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물이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상상은 이내 생존의 위협이라는 공포로 다가오는 것처럼, 산과 바다의 생물도 인간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도 서로 다르기에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지요. 지속가능성의 원동력이 되는 '다양성'의 가치에 주목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바나나 제국의 몰락'의 표지.


◆다양성은 모든 생명의 안전망이다

최근 현대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코미디언'이 등장했습니다. 이탈리아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고안한 '코미디언'은 테이프에 붙여진 바나나가 전부인 작품입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바나나는 세계 연간 생산량 1위를 차지한 과일일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지요. 바나나는 1960년대 이후 수십 가지 품종에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단 하나의 품종으로 표준화됐습니다. 생산성과 경제성이라는 논리에 기업적 식량 생산 시스템이 더해진 결과죠. 이러한 현상은 바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농업이 세계화, 산업화되면서 인류의 먹거리는 그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품종은 균일화되고 있습니다.

'바나나 제국의 몰락'(롭 던 지음)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은 열두 종에 불과하고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도 열다섯 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소비하는 작물이 단순해질수록 기후변화와 병충해가 식량에 미칠 영향은 더 직접적이고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하며 단작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과거 감자 의존도가 높았던 아일랜드의 대기근이나 아프리카의 카사바 사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죠.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식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자의 보전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식물 종자를 모아 저장해 둠으로써 병원체와 포식자로부터의 작물 손실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개인 차원에서 식량안보에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도 제안합니다. 식량을 덜 낭비하고 로컬푸드를 먹는 것이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농업 그리고 식량의 밝은 미래는 다양성에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표지.

◆익숙함에 가려진 차별을 포착하라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시각과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차이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더 많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갈등을 넘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지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소한 일들 속에서 놓치기 쉬운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조건을 갖고 있기에 편향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차별을 알아챌 것을 강조합니다. 나에게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도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 사회의 차별 감수성은 과거에 비해 놀랄 만큼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문제가 돼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혐오가 뿌리내린 사회는 파편화되고 이내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청소년 열 명 중 일곱 명이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설문결과는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립니다.

아프리카 인종 혐오 종식의 근간이 됐던 우분투(Ubuntu) 철학은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나의 인간성은 타인의 인간성과 연결돼 있으며, 서로를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할 때 비로소 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를 향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감과 존중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당신이 있으니, 제가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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