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하트시그널4’, 한 편의 드라마가 된 연애 리얼리티

채널A ‘하트시그널4’, 조작 논란에도 여전한 인기비결

하트시그널4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하트시그널4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이건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닐까. 채널A '하트시그널4'의 하트 화살표는 꼬일 대로 꼬였다. 그런데 마음과 마음이 엇갈리면 엇갈릴수록 이 연애 리얼리티를 보는 시청자들의 과몰입은 커진다. 심지어 조작 논란까지 나오고 있지만 여전한 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뭘까.

◆역대급으로 꼬인 하트의 신호들

아마도 역대급으로 꼬인 관계가 아닐까. 채널A '하트시그널4'에서 남자 출연자들의 마음은 김지영이라는 인물에 쏠렸다. 한겨레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김지영을 향해 마음을 표현했고, 역시 처음부터 김지영에 마음이 있었지만 병원 인턴이라 함께 보낼 시간이 적었던 유지원도 적극적으로 그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신도 김지민과 김지영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김지영에게 하트를 보냈다. 유일하게 김지영에게 하트를 보내지 않은 남자 출연자는 신민규였는데,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건 다른 남자 출연자들의 마음이 모두 김지영에게 쏠려 있다는 걸 '진실게임'을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신민규는 뒤늦게 프로그램에 합류한 여성 출연자 유이수를 선택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세 명의 남자들에게 하트를 받은 김지영이 신민규를 선택함으로써 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연애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결국 이런 엇갈린 관계는 경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후에도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경쟁은 적당히 신사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지게 됐을 때는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지만 다른 이가 상대와 데이트하는 걸 막거나 하지는 않는다. 본격적인 데이트라기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관계가 역대급으로 꼬여버린 건 김지영과 신민규에 대한 남성들과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항상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는 김지영에 남성들은 저마다 호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대해주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편 신민규는 과묵한 스타일이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분위기가 있는 모습으로 여성 출연자들을 매료시켰다. 차라리 이렇게 인기남녀인 김지영과 신민규가 서로를 선택하고 분명한 커플의 향기를 뿜어냈다면 관계가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터다. 그 둘의 관계가 확고하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이들의 대시는 쉽게 단념되고 그 하트의 방향성도 바뀌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출연자들과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신민규가 방향을 틀게 되면서 그 여지의 틈바구니 속으로 남성들의 대시가 이어졌다. 이로써 하트는 쌍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일방향으로 뱅뱅 도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멜로드라마라면 이렇게 꼬인 관계를 시청자들이 그리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을 게다. 이른바 3각, 4각 멜로라 부르며 일부러 갈등을 만드는 것이라 여겼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연애 리얼리티다. 작가나 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흘러갈 뿐이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그 엇갈리는 마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계속 이 상황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커플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하트시그널4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하트시그널4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리얼리티와 드라마틱한 순간의 만남

아마도 드라마나 혹은 여타의 서바이벌에 가까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면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을 테고 때로는 악역도 등장했을 게다. 하지만 '하트시그널'은 드라마 같은 판타지를 주면서도 이런 감정의 표출이 과하지 않고 그래서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트시그널' 역시 "양보는 없다"는 식의 분명한 경쟁의식을 드러내는 건 맞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함께 시그널 하우스에서 동고동락하며 친한 관계가 만들어지며, 그래서 경쟁자일 수 있는 동성들 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챙겨주는 훈훈한 장면까지 보인다. 또 연출적으로 '하트시그널'은 이러한 감정들을 조금 눌러놓거나 혹은 세련되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강력한 건 실제상황을 그리는 리얼리티지만, 어느 순간에 포착된 장면들을 통해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그 이상의 설렘을 만들어낸다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김지영이 신민규에게 단번에 빠져버리게 된 첫 번째 데이트에서 LP바에 앉아 잔나비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눈빛을 나누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설렘을 줬다. 또 한겨레에 이주미가 호감을 갖게 된 첫 데이트에서 이주미가 준 선물에 한겨레가 울컥하는 장면도 그렇다. 물론 진짜 드라마라면 그다지 극적인 장면이라 여겨지긴 어렵겠지만, 이건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느낌을 준다. 일종의 리얼리티 드라마랄까.

이 리얼리티 드라마의 스토리를 강화하는 건 스튜디오에서 이 광경들을 관찰하며 그 심리를 추리하는 연예인 출연자들의 토크다. 이들은 그저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들조차 콕 짚어내 거기에 담긴 마음들이나 그 의미를 읽어내려 하고,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는 더 극적인 순간으로 각인된다. 즉 매 회 마지막에 출연자들의 마음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추리해 맞추는 게임적인 요소는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러한 설정을 통해 매 순간의 장면들을 더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트시그널4 출연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겨레, 신민규, 유지원, 이후신, 유이수, 김지민, 김지영, 이주미. 공식홈페이지 제공
하트시그널4 출연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겨레, 신민규, 유지원, 이후신, 유이수, 김지민, 김지영, 이주미. 공식홈페이지 제공

◆과연 어디까지가 리얼리티일까

이러한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너무나 드라마 같은 장면들이 포착되기 때문일까. '하트시그널4'는 조작 논란까지 불거졌다. 온라인 채널에 올라온 '하트시그널4 촬영 목격담'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 진원지다. 이 글의 작성자는 '하트시그널4'가 에버랜드에서 2대2 데이트 장면을 찍었는데 그 앞에 "카메라 및 스태프 30명 정도가" 있었고, 심지어 촬영 중 '컷! 이 부분 잘 안 들려요'라는 제작진의 목소리까지 들렸다고 했다. 이들이 걷고 대화하고 하는 것들이 모두 "연출"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또 PPL 논란도 생겼다. 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핸드크림을 선물했는데, 그 브랜드가 '제작지원'으로 표기됐고 온라인에서도 출연자의 이름으로 홍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작은 없었고 제품 역시 출연자가 관심이 있어 제작진과 이야기 나누고 구매한 것이라는 거였다.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러한 말들이 나오는 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너무나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채워져 있는 것 때문이다. 야외 촬영의 경우 제작진이 많은 건 당연하다. 실내에는 카메라를 미리 세팅해 놓고 찍지만, 야외는 여러 카메라맨들이 따라다니며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연출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제작진들이 동원되고 만일 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아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촬영 상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리얼리티인가의 문제는 과연 이들의 마음이 진심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는 것인데, 누군가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고 있는 상황만으로 진심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 모두는 카메라에 노출된 일상을 살고 있다.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일상인 시대에 우리가 가진 카메라에 대한 감수성도 달라지고 있다. 그만큼 자연스러워지고 어떤 면에서는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 또한 그 자체로 리얼리티가 되어가고 있는 것. '하트시그널4' 논란 역시 이 달라진 감수성의 관점으로 봐야 그 리얼리티의 진위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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