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가 컸던 데는 산을 절개해 만든 임도가 물받이 역할을 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도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비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일 산림전문 기술사 등 산림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북 영주 장수면과 봉현면 등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대부분 임도 가장자리를 따라 시작했다. 산을 깎아 포장이 안된 흙 길이 물받이 역할을 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임도는 ▷조림·육림·간벌·주벌 등 산림사업 대상지 ▷산림경영계획이 수립된 임지 ▷산불예방·병해충방제 등 산림의 보호·관리를 위해 필요한 임지 등에 설치 한 산길을 말한다.
임도는 개설과정에서 예산 등의 문제로 설계와 시설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 임도 개설 시 1㎞에 사업비는 고작 2억원에 불과하다. 1㎞에 4억5천만원이 소요되는 농로공사(수로관 설치 포함)와 단순 비교해도 차이가 많다.
임도의 설계와 시설기준을 보면 ▷계류를 횡단하는 구간에는 가능한 배수구 막힘 우려가 없는 물넘이 포장(세월교) 또는 교량 등으로 시공해야 하며 ▷임도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나무뿌리·가지 등이 강우 시 유실되지 않도록 운반·정리되도록 설계 ▷배수구·암거 등이 막힐 우려가 있는 지역은 골막이·소형사방댐 등을 시공 등 여러 조건에 맞춰 설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진이 산사태 피해 현장인 영주시 장수면 성곡1리의 과수원 등 피해 현장을 둘러본 결과 계류(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를 횡단하는 구간에 설치토록 한 세월교와 교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토사 유출이 의심되는 곳에 설치토록 한 골막이 소형 사방댐도 보이지 않았다. 800~1천㎜배관을 묻어 물이 빠지도록 시공한 것이 전부였다.

피해 주민 A씨는 "임도가 화를 키웠다"며 "계곡에 설치된 배수관은 크기가 너무 작아(800㎜)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다 수용하지 못했고 비포장 임도는 물을 머금어 산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마을 뒷산은 가팔라 비가 오면 계곡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곳인데도 세월교나 사방댐도 설치하지 않았고 800㎜ 프라틱 관을 배수로로 사용했다. 산사태는 임도 때문에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성토했다.
이곳 임도는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이하 산림연구원) 북부지원이 지난 2016년 사업비 8억원을 들여 영주시 장수면 성곡2리에서 성곡1리까지 4㎞구간에 임도 개설공사에 찾수, 2018년 완공했다.

경북도산림연구원 북부지원 관계자는 "임도 사업비 대비 사업물량을 소화하려면 많은 문제가 있다"며 "현실성 있는 사업비 지원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산림전문 기술사는 "기존의 산은 미세 세립토가 코팅이 돼 방수 기능이 유지되지만 산을 절개해서 만든 임도는 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오히려 배수기능과 자연 유수 방법을 강화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