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서…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갔는데, 어딨어요 내 아들…"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호우·산사태 피해 실종자를 수습하는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이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 가운데, 유족들은 하염없이 통곡했다. 해병대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는 한편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오전 12시 30분쯤 예천군 호명면 보문교 일대를 찾은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A 일병의 부모는 아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오열했다.
A 일병 부친은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 거냐,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느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며 "어제저녁에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겠다"고 했다.
A 일병 모친도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갔는데. 어딨어요 내 아들"이라며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모친은 또 "외동아들이다. 혼자 있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라고 눈물을 쏟았다.
최초 신고자인 지역 주민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 없이 장화만 신고 일렬로 내성천에 들어갔다.
또 다른 신고자는 "일부 대원은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갔다"며 "내성천은 모래 강이라서 저렇게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아 계속 지켜봤는데 갑자기 한 간부가 뛰어와서 119에 신고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 일병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들을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 A 일병이 실종되면서 그의 구조를 위해 이날 예천 지역 모든 실종자 수색은 일시 중단됐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11시 8분쯤 경북119특수대응단이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A일병의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이후 20일 오전 0시 45분쯤 A 일병은 태극기에 몸이 덮인 채 해병대 헬기에 실려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병대는 A 일병의 실종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해병대는 이날 "경북 예천 지역의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완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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