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해병대 일병이 안전장비 하나 받지 못한 채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것과 관련, 해병대가 안전진단 차원에서 실종자 수색을 전면 중단하고 규정 보완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병대 "복구작전과 수색 관련 규정·지침 보완"
해병대는 이번 사고로 드러난 복구작전 상 문제점을 찾아 재발을 막고, 이후 실종자 수색 없이 수해 복구만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은 숨진 채수근 상병 장례를 치르는 만큼 현장 부대를 작업에 투입하지 않고 애도 분위기를 갖췄다.
20일 해병대 1사단 관계자는 "내일(21일)부로 실종자 수색을 전면 중단하고 수해 복구작업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해병대사령부는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 중"이라며 "해병대에는 재난현장조치 매뉴얼이 있다. 상황별 수색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확인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과 지침을 보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고 당시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급했어야 했다고 본다"며 "해병대안전단이 현장 상황에 맞게 부대에서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판단했는지, 현장에 투입한 인원 대비 구명조끼 지급 개수 전반적인 분야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사고 이틀 전부터 소방청 등 당국에서 해병대에 실종자 수색 때 '인간띠 작전'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해병대 측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수색 관련 전문성이 없는 장병들을 무리하게 현장 투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더욱 완벽한 대책을 세우고 상황을 판단한 뒤 피해복구 작전을 펼치겠다"며 "이번 사고 관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소방 등 구조당국 "안전확보 의무 더 강화"
전날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구조당국은 수색 중 안전확보 의무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20일 경북경찰청 기동대는 경북청과 본청 지침에 따라 수색 등 대민지원 상황에서 기존 안전수칙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팀 단위로 단체 근무 ▷각 직원 건강상태 우선 확인 ▷상황에 맞는 안전장구 반드시 착용 ▷근무 중 안전 우선 확보 등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경북경찰청 기동대는 평소 재난지역 파견 등 각종 상황에 대한 안전교육을 엄수한 뒤 안전장구를 챙겨 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난 지원 때도 대원이 사고에 휘말릴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1팀 6~7명씩 조를 이뤄 다니도록 했고, 수상·수변 작업을 되도록 자제하면서도 출동장비에 구명조끼와 구명환(튜브), 구명로프 등 수상 안전장구를 챙겨 다녔다는 것이다.
정선중 경북경찰청 대테러위기관리계장은 "수해 현장지원을 나갈 때 경찰 기동대는 가급적 하천변보다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장구를 항상 챙겨 다녔다"며 "이번 사고 계기로 물가에서 활동하는 등 위험성 높은 작업을 할 때는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군 부대들도 마찬가지다.
육군 제50보병사단은 지난 17일 전 병력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한 뒤로는 경작지·민가 피해 복구에만 나서 왔다고 밝혔다.
50사단 관계자는 "복구 작업 시 지반이 충분히 탄탄한지, 낙석 우려는 없는지 등 안전성 평가를 거쳐 현장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 토사 제거 복구를 주로 맡아 온 공군 제16전투비행단도 이날 "안전을 최우선 확보한 뒤 대민지원에 나서라"는 공군작전사령관의 대민지원 지침에 따라 장병들에게 출동 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이 간부 인솔에 따르도록 했다고 전했다.
16전비는 그간 현장에서 안전모와 장갑 착용을 의무화해 왔다. 1조 20~30명이 함께 움직이도록 해 작업 능력과 대응력도 최대한 확보했다.

구조 활동에 익숙한 경북소방본부도 이날 '다인(多人) 1조' 활동과 대원 안전 확보 원칙을 재확인했다.
경북소방은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수상·수변 실종자 수색 기간 구명조끼와 밧줄을 이어주는 카라비너(로프 등에다 빠지지 않게 걸 수 있는 걸쇠), 헬맷, 장갑, 구명환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사용해 왔다.
김시형 경북소방본부 대응예방과 소방경은 "장기 호우와 뒤이은 폭염에 실종자 수색 자체가 난항이다. 대원들 안전을 우선시하면서 하루빨리 실종자도 모두 발견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전 9시 10분쯤 예천군 내성천 민간인 수색작전에 참여했던 해병대 포병부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당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 없이 동료 대원들과 대열을 이뤄 하천을 걷다가 깊어진 지형에 실족하면서 급류에 휘말렸다.
채 일병은 실종 14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 8분쯤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발견돼 해군포항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날 해병대 1사단장 승인에 따라 상병으로 1계급 추서 진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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