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사, 인간으로서 권리 지킬 것" 서초구 교사 극단적 선택에 교사들 추모 물결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A씨 교내서 극단적 선택… 학부모 민원 때문이란 의혹도
교사 단체 교육·경찰당국에 철저한 진상 조사 촉구, 교사 보호책 마련 목소리도
대구교사노조 "무분별한 민원과 신고 행위 벌 등 처벌 규정 마련해야"
20일 해당 초교 앞 전국 초등교사들 추모 문화제 열 예정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대구교사노동조합이 20일 대구시교육청 근처 공터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지난 19일 교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대구교사노동조합이 20일 대구시교육청 근처 공터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지난 19일 교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내에서 저연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발생하면서 교육계에는 추모 물결과 함께 교사 보호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 교사 A씨가 전날인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가 A씨를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장을 목격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A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교사 단체들 또한 즉시 입장 표명에 나섰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A교사는 1학년 담임 및 학폭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학교폭력 사건이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0일 성명을 내고 "불안전지대 학교에서, 교사로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라며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내에서 저연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발생하면서 지역 교사들 사이에서도 카카오토 프로필 사진 등으로 추모 메시지를 띄우는 등 A씨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제공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내에서 저연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발생하면서 지역 교사들 사이에서도 카카오토 프로필 사진 등으로 추모 메시지를 띄우는 등 A씨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제공

지역 교사들 사이에서도 카카오토 프로필 사진 등으로 추모 메시지를 띄우는 등 A씨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11년차 초등교사 B씨는 "답답한 학교의 현실과 후배 교사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에 미안함과 안타까움 뿐이다. 지금 학교 현장의 현실을 보면, 그냥 모든 교사들이 이 상황에서는 운이 좋은 생존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등 최근 교육계에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교사 보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교사노조는 성명을 내고 "교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없이 학교에 '담임교체'를 요구하기도 하고, 학교장을 찾아간다고 으름장을 놓고, 심지어는 우리 아이에게 '정서 학대'를 했다며 경찰에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것이 지금 학교 현장의 큰 문제"라며 "이렇게 현재 진행형으로 고통받는 교사들이 많은데, 지금 허울 좋은 '교원치유센터'와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등이 과연 무슨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로 신고된 이후 조사 결과 교사에게 해당 혐의가 없는 것으로 종결돼도 현 제도상으론 학부모가 아동의 말만 듣고 진실로 믿었다고 하면 무고죄 입증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교사와 학교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신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학교 구성원이 입은 민사상의 손해에 대해 교육 당국이 나서서 교사를 보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대구시교육청 근처 공터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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