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미래 위험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소멸이다. 2010년 1.17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과 세계신기록을 해마다 경신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유엔의 세계 인구 추계를 이용하여 한국은 2050년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도 '한국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인구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민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민의 명과 암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으로 인한 혜택과 비용 문제를 가장 성공적인 이민정책을 펼친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이민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성장 둔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민은 우수한 두뇌를 유입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 축구의 강국으로 등장한 프랑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음바페 등 15명의 이민자 가정 출신이 모여 '무지개 군단'이라는 애칭을 얻으면서 우승하였다. 프랑스 축구는 이민자들로 인해 강해졌다.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응집하여 팀 운용에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킨 결과이다. 프랑스 축구팀 사례처럼 우수한 이민자의 유입은 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 국가 운용 능력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민은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이번 시위는 한마디로 프랑스가 추진해 온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노출시켰다. 프랑스는 그동안 관대한 이주민 수용과 통합의 정신을 내걸어 저출산 극복과 핵심 인재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민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빈곤과 저학력, 실업 등의 문제들이 누적돼 있으며, 식민지 출신은 2등 시민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그러면, 우리는 성공적인 이민정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먼저, 무엇보다도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의 극복과 문화적·정치적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이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여야 한다. 단일민족·단일문화 사회에서 다민족·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지만 아직도 다문화 수용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가 프랑스와 같이 이민자 위주로 채워진다면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해 보면 자명해진다.
둘째, 이민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법무부의 외청으로 이민청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또한 이민 문제는 단순히 인구정책을 넘어 경제와 산업, 법률과 치안, 문화와 교육, 노동과 복지, 정치와 외교 등 지속가능 국가 발전 정책이라는 대주제하에 국가 차원에서의 장기적·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제 어차피 인구 소멸 문제의 답이 이민 확대뿐이라면, 이민으로 인한 이득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프랑스 등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이민자가 가져다주는 인적·경제적·문화적 자원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양성을 혁신과 창의성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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