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싸움이다.
내가 파는 것의 가치를 높이는 싸움이다. 내가 사는 것의 가치를 낮추는 싸움이다. 이렇게 우리는 늘 가치에 목숨을 건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주는 내게 찾아와서 '돈 좀 벌게 해 주시오'라고 하지만 결국 그 말은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올려달라는 말이다. '가치 교환' 그것이 마케팅의 기본이고 시장의 가격은 적정선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
OO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소장님, 사실은 저희가 화상전문병원입니다. 그런데 광고를 많이 하는 타 병원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은 그쪽을 전문 병원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당연한 말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믿지 않는다. '진실 일 것이다'를 믿는다. 사람은 믿어야 할 것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즉, 소비자는 전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들의 하소연을 듣다 보니 이 문제 역시 가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병원이 비전문병원보다 당연히 가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전문, 비전문을 떠나 화상을 입으면 바로 OO병원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불을 보기만 해도 OO병원이 떠오르는 지경으로 가면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업을 의뢰받을 때마다 내가 쓰는 기술(?)이 있다. 그 산업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을 것을 가져와 나의 광고주 브랜드에 입혀 버리는 것이다. 일명 '거인의 등에 올라타기' 기술이다. 접근법은 이러하다. 화상병원의 가치를 올리려면 불과 관련된 최고의 브랜드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내가 찾은 답은 119였다. 우리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보자. 집에 불이 나거나 그것이 곧 나를 덮칠 것 같다면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나겠는가? 그렇다. 119 대원들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다음 119의 브랜드를 OO병원과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 연결 역시도 자연스럽게 해야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내가 쓴 방법은 이렇다. 화재와 화상은 한 글자 차이다. 그러면 워딩은 자연스럽게 이런 문장으로 귀결된다.
'화재는 119' '화상은 OO병원'

광고에서는 첫 문장이 매우 중요한데 바로 OO병원을 말하면 사람들의 고개는 돌아간다. '또다시 빌어먹을 광고군'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누가 봐도 맞는 말을 첫 문장에서 던져보아라. '화재는 119'처럼 말이다. '그래 맞는 말이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다음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본다. '재'가 '상'으로 변화면서 119는 OO병원으로 변신한다.
이런 광고를 계속 노출하고 배포하면 어떻게 될까? '화재는 119, 화상은 OO병원'이라는 카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119와 OO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동급으로 인식하게 되는 지경(?)에 다다른다. 이렇게 되면 OO병원은 화상의 이미지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영역을 더 확장해 '불'만 보아도 OO병원이 떠오르게 된다. '재'를 든 소방관이 돌아가며 '상'을 든 의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끝 차이로 브랜드 가치를 연결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며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물건을 훔치는 건 죄이지만 인식을 훔치는 건 무죄다. 이미 사람들에게 높게 인식된 브랜드의 가치를 가져와라. 그리고 그 이미지를 당신의 브랜드에 씌워버려라. 그래도 경찰서에서 잡아가지 않는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의 가치를 따라 하는 거니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다'라는 이름을 지었다. 거인을 이길 수 없다면 거인을 이용해라, 굳이 거인을 이길 필요도 없다. 그냥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있으면 내가 가는 길이 거인이 가는 길이 똑같아진다. 그러는 순간 다른 병원이 경쟁하자고 덤비지 못한다. 이미 내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광고계에서 뒹굴면서 배운 브랜드 가치를 단숨에 급상승시키는 방법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