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실수인 거잖아요. 젊은 아이가 자기의 꿈도 펴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어요."
21일 오후 2시 2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1사단 내 김대식관에 차려진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정에 헌화를 하고 나온 한 50대 여성 조문객은 발길을 멈추고 눈물을 훔쳤다.
그의 아들은 채 상병과 1기수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해병 후배였다. 그는 "남의 일 같지가 않고, 너무 마음이 안 좋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가자마자 빨리 해병대에 입대해 잘 전역할 생각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부모에게 뭐라고 위로할 수 없을 것 같고, 슬픔의 깊이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의 소식을 듣고 3일 정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얼굴이라도 보고 가고 싶어 부산에서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조문객처럼 채 상병의 순직을 애도하기 위한 발길은 전국에서 이어졌다. 분향소가 일반에 공개된 지난 20일 오후 2시쯤부터 21일 오후 4시 현재까지 민간인 415명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분향소에는 개인 단위로 오는 조문객이 가장 많았다. 주로 채 상병과 비슷한 또래를 둔 부모이거나 장병이었다.
한 장병은 "군인 신분이라 심정을 다 말하지 못하지만, 정말 채 상병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끔은 해병대와 인연이 있는 회사 또는 단체가 여러 명씩 짝지어 조문을 왔다. 오전에는 경찰청장이 조문했고, 종교단체에서도 분향소를 찾았다고 한다.
포항스틸러스 한 직원은 "한 해병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해 애도하고자 직원 단체로 조문을 왔다"며 "해병은 스틸러스에 힘이 되는 존재이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분향대에 올라 고개를 숙이는 조문객들은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분향소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유가족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말없이 유가족이 머무는 천막을 한참 바라본 뒤 자리를 떴다.
천막에서는 통곡소리가 쉼 없이 새어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쯤 채 상병에 대한 보국훈장 추서가 있은 후 유가족의 슬픔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당시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훈장이 영정 사진 앞에 놓인 것을 보고 한참을 울다 해병대원의 부축을 받아 천막으로 몸을 옮겼다. 훈장을 두 손에 받아 영정 앞에 놓은 채 상병의 아버지도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이를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문객 조모 씨는 "생때 같은 자식을 잃은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 국가를 믿고 입대한 젊은 이들이 국가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다시는 생겨선 안된다"며 "해병대를 비롯해 모든 군부대가 이 일을 반성하고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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