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사 인권도 소중하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의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해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 제기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진상이 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이 먼저 반응했다. 특히 교사들이 들끓고 있다. 교권 추락에 대한 교사들의 공분(公憤)이 그만큼 큰 까닭이다.

서울교사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격적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서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교육 활동이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주장을 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진상 규명 촉구한다' '방관해 오던 교육청이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들이 늘어섰다. 고인의 유가족은 "학부모 갑질이 됐든, 악성 민원이 됐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됐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권 침해 및 교권 추락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교권'이라는 말은 사치일 뿐 '교사 인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돈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사들이 지도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 자기 자녀 입장만 생각하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 혹은 시달림을 받아도 교사가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3천 건이 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학교에서 심의·처리됐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의 교실이라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리 없다. 지금의 학교는 담임교사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그에 맞는 권한은 주지 않는다. 학생이 다치거나 학생 간 갈등 등 학교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 학부모 할 것 없이 "그때 뭐하고 있었냐"며 교사 탓을 한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사 인권도 소중하다. 교권 보호와 관련한 법안 8건이 국회 계류 중이라는데 국회는 시급히 이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장 교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학생의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제도와 문화 때문에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학생인권조례 등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말에 그칠 게 아니라 대책을 실행에 서둘러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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