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도 못 올려 주는 상황에서 봉사, 기부는 사치가 아니냐."
예전에 기부를 주제로 어느 기업인과 나눈 대화를 필자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봉사활동, 복지시설 물품 기부 등은 대기업의 역할로 인식됐지, 중소기업이 관심을 두던 분야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ESG'라는 거대한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 사회적 책임(CSR)의 중요성이 커졌고, 기업경영의 목표가 오직 회사와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되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대구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7%는 봉사, 온누리상품권 구매, 물품 기부 등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향후 여건이 된다면 사회 공헌 활동을 하겠다는 응답이 75%에 달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나눔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ESG 경영이 기업 전반에 퍼져 나가면서 사회적 책임의 이행 주체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는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사회적 책임은 과거 우리가 알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1차원적인 개념을 벗어나, 사회와 함께 발전하며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개념으로 의미가 확장돼 왔다.
앞서 언급된 조사에서도 소소하게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경우, 인근 복지시설에 물품을 정기 후원하는 경우,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경우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중소기업계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이 상징하는 '9981'(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1%)이란 숫자에서 보듯, 기업은 정부와 가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경제주체다. 또한 기업이 최근 소비자와 투자자의 다양한 평가 가치 기준을 적용받음에 따라 사회적 책임은 중요한 기업 윤리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해야 할 단순한 역할을 넘어 해외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례로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들에선 사회적 책임이 국가표준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 제품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할 정도로 핵심 가치로 보고 있다.
물론 지금의 중소기업 사회 공헌 활동이 대기업에 비해 미약할 순 있으나, ESG 경영 확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커져가는 시점에서 우리 중소기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인 중 매월 지역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어려운 이웃의 주거 환경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분이 있다. 그분은 항상 "내가 자라온 고향에 온기를 베풀기 위해 쇠퇴해 가는 지역사회가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각종 대내외 요인으로 경제성장 정체가 우려되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위한 봉사와 나눔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한다.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62조의 7(사회적책임경영의 지원)에는 중소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경영활동을 하도록 노력할 것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해 뒀다.
이제 중소기업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 이행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ESG 정책 역시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사치가 아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지금 필자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사회 공헌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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