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화재로 대구경북 시민들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을 대량 폐기해야 했던 대구경북혈액원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족한 예산 때문에 화재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일 오전 1시 37분쯤 중구 달성동 대구경북혈액원 1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보관 중이던 혈액 1만1천583유닛(unit) 중 8천468유닛(73.1%)이 폐기됐다. 하루 평균 1천 유닛가량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약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이 한순간의 불길로 사라진 것이다.
화재로 인한 여진도 계속됐다. 그을음과 분진으로 교반기 등 혈액 보관에 필요한 필수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화재가 발생한 날부터 약 이틀 동안은 성분헌혈 등이 중단됐다. 대구경북지역 헌혈의집에서 200건이 넘는 '헌혈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기반시설인 혈액원의 미숙한 초기 대응도 아쉬웠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당직 직원이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물줄기가 나오지 않았다. 옥내소화전은 한 사람이 호스를 잡고 다른 사람이 반대편에서 소화전을 작동해야 물이 나온다. 당시 당직자가 1명뿐이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된 화재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재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예산 18억원을 배정해 혈액공급실이 있는 1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나머지 층은 재원 부족으로 설치하지 못했다.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8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추가 예산은 아직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특히 수혈에 이용되는 혈액이 제조되는 2층은 안전시설이 시급하게 필요한 곳이다. 야간 당직 근무도 여전히 1명이 맡고 있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지만 소방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1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며 "나머지는 혈액 품질관리기준(GMP), 세부 장비설치 기준, 중장기 재무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자체 감사도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혈액원 직원이 건물 외부에서 담배를 태우다가 시작됐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이 직원을 1천만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지만 직원이 불복하면서 현재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선 감사에 착수했지만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이라 감사 결과에 대해선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며 "화재 이후 즉시 모든 소속기관이 소방안전관리 전문업체를 통해 소방안전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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