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다. 예전부터 요즘까지 덕질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 연예계다. 아이돌 그룹 중 최애(가장 사랑함) 멤버가 눈에 띄면 사진 수집은 필수, 음악 방송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큰 카메라를 들고 직캠(직접 촬영한 캠 동영상의 약자)을 찍으러 나선다.
덕질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천사를 겪었다. 과거 신화,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을 좋아했던 팬들은 팬클럽 티를 맞춰 입고 음악 프로그램 공개 방송을 가는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요즘 세대의 덕질 역시 이 같은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훨씬 더 다양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답게 좋아하는 아이돌과 대화를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고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신(新)덕질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탑꾸하고 예절샷 찍자
과거 덕질 좀 해봤다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나오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녔던 것이 바로 브로마이드다. 가수의 사진이 담긴 A5 용지보다 큰 사이즈의 브로마이드를 손에 넣고자 온갖 음반 판매처나 문구점 등을 돌아다닌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테다.
요즘 팬들은 대형 브로마이드보다 일명 포카라 불리는 '포토카드'를 입수하기 바쁘다. 포카는 명함크기의 가수 사진으로, 앨범을 사면 카드가 들어있다. 포카는 덕질의 기본 중 기본이지만 최애 멤버의 포카 획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앨범 속 포카는 랜덤으로 들어있기에 원하는 포카를 갖고자 앨범을 몇 장씩 사거나 중고거래에 나서는 팬들도 많다.
몇 년 전 유행이 일었던 다꾸(다이어리꾸미기)도 포카에 적용됐다. 포카를 담는 케이스를 '탑로더'라고 하는데 이를 꾸민다는 '탑꾸(탑로더꾸미기)'도 유행이다. 케이스에 온갖 스티커를 예쁘게 붙여 SNS에 인증하는 사진이 넘쳐나고, 유튜브에는 탑꾸 영상들이 공유된다.
탑꾸까지 마쳤다면 이를 이용한 '예절샷'도 찍어야 덕질은 완성된다. 예절샷은 탑꾸된 포카를 들고 음식을 먹을 때나 여행을 갔을 때 인증샷을 찍는 행위를 뜻하는 말인데 단어의 유래는 불명확하다. 덕후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예절이라는 뜻으로 사진을 찍는다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추측도 나온다.
과거 팬들에게 브로마이드만큼 인기를 끌었던 게 하나 더 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조성모가 팔을 괴고 누워있는 모습의 '조성모 베개'다.
이런 대형 베개도 최근엔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인형 사이즈로 변했다. 팬들이 직접 아이돌의 외모를 본뜨거나 아이돌을 닮은 동물 모양으로 만든 인형의 도안을 만든 뒤 공동 구매에 나서는 '팬 메이드' 인형이다. 작은 사이즈의 인형을 손에 들고 콘서트에 가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여행지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애정을 표하는 방법 중 하나다.
NCT 팬인 정모(22) 씨는 "팬들 사이에서 마크의 치타리와 정우의 쩡카 인형이 유명하다. 인형을 구매하는 것도 힘들어 중고거래 사이트에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인형의 털을 정리해주는 인형 미용실도 있다"고 말했다.
◆덕질도 스마트하게…포닝과 버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특성에 맞게 아이돌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나타났다. 걸그룹 뉴진스는 팬 소통 전용 앱 '포닝'은 PC통신, 미니홈피 등 Y2K 감성으로 꾸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포닝에서는 유료 결제 시, 영상통화 형태로 제공되는 뉴진스 멤버들의 실시간 라이브, 그룹 스케줄을 볼 수 있고 멤버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다양한 스타와 1대 1 대화가 가능한 유료앱 '버블'도 있다. 버블은 카카오톡처럼 메신지 형태의 앱으로 한달에 4천500원을 내면 원하는 아이돌 멤버 1명과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초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를 주축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시작한 버블은 현재 80개사 아티스트 152팀, 468명이 참여하고 있다. 큰 인기를 끌자 지난 6월 하이브 계열사 위버스 컴퍼니도 아티스트와 팬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위버스 DM'을 출시했다.
트와이스 팬 이모(24) 씨는 "팬들 사이에서 버블 답을 잘해주는 멤버들이 소문나 있다. 콘셉트는 1대 1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는거라지만 사실 아티스트에게는 다수의 팬의 메시지가 한꺼번에 오는 방식이다. 개인 이용자들에게만 가수와 프라이빗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지만, 그럼에도 정성스러운 답장이 오면 기분이 좋기에 유료임에도 구독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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