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 원인?…찬반 싸움 '팽팽'

교육부 "과도한 학생인권 강조, 교권추락 불러" 인권조례 손질 추진 공식화
"인권조례가 근본적 원인 아니야"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아
"초등교사 사망 진상규명 및 악성 민원 대처 방안 마련 더 시급"

23일 대구시교육청 인근 공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3일 대구시교육청 인근 공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도 넘은 교권 침해를 향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찬반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등 일부 조항이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각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뒤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 중이지만, 대구경북은 학생인권조례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당시 대구에서도 조례 제정 논의가 불붙었으나, 대구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대신 학생·교원·학부모 등 교육공동체를 모두 아우르는 '대구교육권리헌장'을 지난 2012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경우 학생인권과 관련한 별도의 조례나 헌장을 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마다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안 내에 학생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한 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으나, 한편으론 이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주최한 현장 교사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합세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같은 날 각각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과 재검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교권 추락이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도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대구에서도 교권 침해는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단정적으로 말하며 이를 운운하는 건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며, '학생 대 교사'라는 교육 주체간 갈등 프레임 뒤에 숨어 교육당국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직 사회에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학교 및 교육청이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등교사 A씨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몇몇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긴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이번 사안과 근본적인 인과관계에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교사들이 그대로 노출된 현 상황에 보다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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