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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규 원전 추진 빌미로 고준위방폐장특별법도 미루나

특별법 심사 상임위서 민주당 의원들 일제히 신규 원전 추진 비판
"고준위특별법·신규원전 결부해 정쟁화 곤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 매일신문 DB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 매일신문 DB

국내 가동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이 시급하지만 관련 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법안 의결의 키를 쥔 거대 야당이 특별법과 윤석열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검토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의 지난 13일 회의록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신규 원전 검토 움직임을 일제히 비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지난 10일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달 말 착수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용역에서 신규 원전이 필요한지 등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발표 사흘 뒤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선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신규 원전 추진 방침을 비판하며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심사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성환 의원은 "윤석열 정부 방침(신규 원전 건설)으로 보면 영구폐기장을 얼마 크기로 어떻게 지어야 될 거냐, 얼마나 저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도 시원찮을 판에 원전 늘리겠다고 하면 법안 심의가 되겠느냐"며 으름장을 놨다.

홍정민 의원 역시 "신규 원전 건설까지 검토하게 된다면 방폐장 수요용량도 비례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관련 시뮬레이션을 선행하고 법안을 심사해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영순 의원도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검토가 된다면 고준위방폐장 건설 문제와 연동해 사고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반박했다. 양금희 의원은 "계속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가 보면 방폐장을 영원히 못 지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권명호 의원은 "원전 소재 주민들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폐물) 건식저장시설 영구화를 우려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달라는 게 주민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인선 의원은 "여기서 우리가 자꾸 이렇게 얘기하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신규 원전 건설이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심사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면서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에 먹구름이 낀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구처분장 없이는 저장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른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못해 원전 가동이 중지될 수밖에 없다"며 "여야 모두 고준위방폐장 건설과 특별법 제정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정쟁 요소로 삼지 말고 큰 틀에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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