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학생 대신 매 맞는 선생님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선생님이 수업 중인데 옆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보고, 여선생님을 성희롱하고, 선생님 말씀을 전혀 듣지 않고, 나무라면 아동학대 또는 차별이라며 고소하겠다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학생이 교원에게 폭행 및 상해를 가한 사례가 총 1천89건이었다. 선생님의 학생 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린 사건이 작년 한 해만 241건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사건 대부분이 무혐의였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된 데는 학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내 자식만 귀하다는 생각, 내 자식이 잘못했을 리 없다는 생각,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내 자식이 삐딱한 건 선생님과 학교 잘못이라는 착각에 빠져 선생님을 윽박지르는 부모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10여 년 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발생한 일이다. 담임 선생님이 여러 번 당부하고 주의를 줬지만 학생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급기야 선생님이 학생을 엎드려뻗쳐 하게 하고, 엉덩이를 때리려 했다. 하지만 매를 휘두르는 순간 학생이 벌떡 일어섰고, 몽둥이가 학생의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에서 피가 터졌고,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담임 선생님은 사표를 제출하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 선생님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대구시교육청은 징계를 검토했다.

며칠 후 피해 학생의 아버지(당시 대구지법 판사)가 학교로 찾아와 교장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자초지종을 확인했습니다. 잘못은 제 자식이 저질렀는데, 어째서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야 합니까? 입원하는 바람에 대학 입시를 망친다면, 재수하면 됩니다. 수능시험이야 다시 치면 되지만, 인성을 망치면 고치기 어렵습니다. 제 자식의 잘못을 꾸중하시고, 선생님을 다시 학교로 모셔 주십시오."

선생님을 비난했던 학생들도 이 아버지의 말씀을 전해 듣고,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생들은 우레 박수로 환영했다. 아버지의 균형 잡힌 인식과 행동이 본인의 자식은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가르침을 준 것이다.

선생님이 잘했다는 말이 아니다. 자식이 꾸중 들었다고 선생님을 나무라는 부모와 자식의 잘못을 꾸중하는 부모 중 어느 부모가 자식을 반듯하게 키우겠는가? "너그 선생이 감히"라며 소매를 걷어붙이는 부모를 보며 자식이 선생님을 어떻게 여기겠는가? 선생님을 가볍게 여기는 녀석들이 장차 부모님과 사회를 어떻게 여기겠는가?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지난주 금요일 학부모와 선생님, 33개 협약 기관 대표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 선포 및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온전한 학교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를 믿고, 지지하고, 함께하며 기다리겠다'는 선언문을 전국 최초로 발표했다. 이런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평범한 학부모들이 '제 자식을 감싸느라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그들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다. 제 자식 귀하고 예쁜 줄은 알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학교 교육과 연계한 자신의 책무를 모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학교교육의 긴밀한 협력자이자 교육 주체다. 부모가 엉망인데 자식이 반듯할 수 없다. 자식이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정기적인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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