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그냥 쉽니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1990년대 IMF 외환위기 직후 갑작스레 닥친 취업난으로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을 의미하는 신조어 '캥거루족'이 유행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캥거루족의 양태도 변화했다. 통계에서 일을 할 능력이 있으면서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쉬었음'으로 분류한다. 지난 6월 2030 '쉬었음' 인구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2030 절대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격적이다.

지난 6월 20대 쉬었음 인구는 35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2천 명(3.5%)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쉬었음 인구는 1천 명(0.5%) 증가해 25만6천 명을 기록했다. 2030 쉬었음 인구 중 부모와 함께 살면서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는 캥거루족 비중은 69.8%였다. 다 큰 자녀들을 먹이고 돌봐야 하는 탓인지, 고령층 취업자 수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6% 증가한 643만5천 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 수는 287만1천 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8.2%나 증가했다.

젊은 자녀는 집에서 먹고 노는데 나이 든 부모는 생활 전선으로 내몰리는 것이 한국 사회의 서글픈 단면인 셈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2.7%로 역대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2030 청년들이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 쉬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청년세대의 근로 의욕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2030 쉬었음 인구의 대부분이 이전 직장 근무 경험이 있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일자리 양극화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일이나 구직활동을 안 하더라도 나중에 원하는 일자리에 취직하겠다는 게 청년들의 속내'라는 말씀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저성장이라는 선진국의 늪에 빠졌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2의 중동 붐·우-러 전쟁 재건 사업·방산 수출·대(對)중국 디리스킹에 따른 글로벌 기업의 투자 이동 등을 잘 활용할 경우, 우리는 제2의 도약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세계사적 전환이 가져올 변화의 기회를 잡는 것만이 청년과 가정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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