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로 채소류값이 급등하고 있다. 삼겹살 식당에서 제공하는 상추는 고작 두세 장이며, 더 달라고 하기가 조심스럽다. 시민들은 장보기가 겁이 난다고 한다. 여기에 국제유가, 공공요금 등의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겨우 안정세로 돌아선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7%로 21개월 만에 2%대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대표적인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 역시 6월 2.3% 올라, 27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해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급등이 생활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깝다. 채소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비중이 1.69%이지만, 생활물가지수에서는 2.5%로 비중이 더 크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청상추는 4주 전보다 5배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 214% ▷애호박 147% ▷깻잎 78% 등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채소류값이 크게 뛰었다.
수해 여파는 일정 시차를 두고 8, 9월 물가지수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풍과 폭염 등 기상 악재가 대기하고 있다. 또 최근 러시아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10%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4주간 11.4% 올랐다. 국민 부담을 이유로 미뤘던 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는 24일 수해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가 기조 자체는 둔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오르고 있다. 곡물 가격과 유가 등 불확실하고 변동성 높은 요인이 곳곳에 있다. 정부는 우선 밥상 물가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채소류, 닭고기 등 농축산물의 수급을 조절해 가격 안정에 힘써야 한다. 또 공공요금의 상승 요인을 줄여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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