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남·납치살해 주범 이경우, 북파공작원 출신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 씨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 씨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여성을 납치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이른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36)가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주범 이경우와 황대한(36)·연지호(30)와 범행을 공모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피해자 A씨를 감시하고 미행하면서 동선을 파악해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이 씨에게 "이경우가 북파공작원이라는 걸 아느냐. 이경우가 훈련도 받았다면 직접 (범행을) 하거나 넷이서 같이 하면 됐는데 왜 직접 하지 않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경우가 군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를 직접 납치·살해하지 않고 황대한과 연지호 등에게 왜 범행을 맡겼는지 이유를 아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이 씨는 "북파공작원이었다는 것은 예전에 들었다"고 답했다. 다만 이경우가 범행 계획을 주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피해자를 미행하기 위해 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황대한에게 '이제 집에 가도 되냐'고 물으면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물어보겠다'고 해 대답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 씨와 연지호의 통화 녹취 중 '범행이 탄로 날 경우 해외로 도망가야 한다'는 취지의 연지호의 말에 이 씨는 "살인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대답한 부분을 제시하며 처음부터 주범 3인조와 함께 살인을 모의한 게 아니냐고 이 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 씨는 "헛나온 말인 것 같다"며 A씨를 납치해 코인을 빼앗으려 했을 뿐, 살해를 함께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지호가 이 씨에게 "차량 렌트를 시킨 후 대전으로 넘어가서 땅 파서 바로 하려고 했다"고 말한 녹취에 대해서는 "영화처럼 A씨의 다리를 땅속에 묻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협박하려는 의도였다"며 A씨를 살해·매장하려 했던 의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범행 전에 황대한·연지호와 함께 피해자가 암매장된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을 둘러본 이유에 대해서도 "범행에 이용될지 몰랐다", "연지호의 선산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고 했다.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등 3명은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 등)를 받는다.

또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2020년 10월쯤 A씨를 통해 코인에 투자했으나 손해를 보고 A씨와 갈등을 겪던 중 이경우로부터 범행을 제의받고 2022년 9월 착수금 7천만원을 건넸다.

이후 이경우는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황대한·연지호는 A씨 부부를 감시·미행하다 범행 당일 A씨를 납치해 차에 태우고 휴대폰을 강취한 다음 마취제로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주사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쓰인 약물을 제공한 사람은 이경우의 배우자 허모 씨였다. 허 씨는 강도방조 및 절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유상원과 이경우가 범행 당일 피해자에게서 알아낸 비밀번호로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에 접속해 암호화폐를 빼앗으려 했으나 로그인에 실패해 미수에 그친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고 이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으로 함께 기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10일 공판에서 주범 중 한 명인 연지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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