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저소득 청년 노렸다…작업대출 일당 44명 검거, 청년전세지원제도 악용

허위 임대임·임차인 모집, 금융기관 상대로 21회에 걸쳐 21억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전·월세지원제도를 악용해 거액을 가로챈 작업대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은 허위 임대임과 임차인을 모집해 금융기관을 상대로 21회에 걸쳐 21억원을 가로챈 44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다수의 범행을 주도한 모집책 A(26) 씨 등 6명을 구속하고, 허위 임대인·임차인 등 3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대인 모집책 A씨는 임차인 모집책 3명과 공모해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년 전·월세지원금 21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청년 전·월세지원제도란 시중은행이 저소득 무주택 청년들에게 1억원 안팎으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액 보증한다. 피의자들은 비대면 대출 과정을 통해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허위 전세 계약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약 1억원을 대출받아 모집책과 허위 임대인, 임차인이 나눠갖는 식으로 대출금을 현금화했다. 시간 흘러 대출금 반환을 요구받으면 대출 명의자인 허위 임차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무주택 저소득 청년들은 모집책의 꾐에 빠져 작업대출에 나섰다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피해를 입은 일부 임차인들이 처벌을 각오하고 지난해 10월 모집책을 고소하면서 사건화됐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가 서민을 위한 정부의 대출 정책을 악용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실제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한 저소득 청년들이 정상적으로 대출받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기소 전 추징 보전으로 범죄 수익 일부를 박탈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부동산 소재지 등은 대구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대출 심사를 보완해 심사 과정을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며 "비대면 대출을 줄이고 실제로 거주하는 지를 확인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