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라는게 눈에 띄도록 적색티 입어라"…故채수근 상병 구명조끼 누락 이유?

사단장, 해병대 상징인 '적색티' 착용 강조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 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 호우로 실종자 수색 도중 고(故) 채수근 상병을 비롯해 해병대원들에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단장 지시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병대는 실종자 수색 등 대민 지원에서 구명조끼 착용 매뉴얼이 없었다는 입장을 펴고 있지만 비난은 불거지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경북 예천 수색작전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채 상병의 죽음이 해병 1사단장의 지시사항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이 해병 1사단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A 간부는 "피해복구 작업 기간 1사단장이 현장을 방문하고 '미흡한 사안'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다"며 사단장 지시사항들을 첨부했다.

A 간부가 첨부한 해당 지시사항에 따르면 ▷책임지역 작전수행에 대한 설명 미흡, 이는 군인다움이 미흡한 것 ▷복장착용 미흡, 가급적 '해병대'임이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적색티를 입고 작업할 것 ▷특히 (채상병 소속부대인) 포병부대 경례 미흡하다며 '부대장은 현장지휘 똑바로 할 것' 등이다.

사단장 지시로 해병대 상징인 '적색티' 착용이 강조됨에 따라 수색 과정에서 구명조끼가 누락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해병대원들의 위험한 수색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당시 해병대원들은 허리까지 올라온 물높이 속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다.

이에 대해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해병대사령부는 재난 유형별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작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경우처럼 수변 지역의 실종자 수색작전 간 구명조끼 착용 등 대민지원 형태별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분위기다. 이들은 "극한상황에서 복장 각이나 잡으라니", "사람 구하는 데 경례 미흡 지적은 대체 무엇이냐" 등 볼멘소리를 냈다.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