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겪는 갑질, 어느 정도길래…"만삭인데 배 차이고 침까지 맞았다"

"'교사로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등 자괴감에 시달리는 선생님 많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재발방지 대책 교사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일선 교사들이 학부모 갑질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2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 2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몇 년 새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직 생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교사로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A씨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하나 꼽으면서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해 놀란 선생님이 소리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보호자가 '소리 지른 것에 애가 놀라서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며 교사를 정서 학대로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했더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도 했다"며 "그래서 밖으로 불러내 따로 이야기하면 '왜 수업을 못 받게 학습권을 침해하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임신해서 만삭일 때 배를 발로 차고, 침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당시 아이가 특수학급 아이였고 학부모도 예민한 분이었다.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해서 사과도 못 받고 덮었다"며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했다.

A씨는 교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학교 측이 덮으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권 침해로 이어지고 교사들의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끝으로 "아이들을 제지했을 때 정서 학대 등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교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며 "전국에 있는 교사가 대부분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아니면 동료 교사들의 일로 보고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