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사랑과 상실의 뇌과학

메리-프랜시스 오코너 지음, 이한음 옮김 / 도서출판 학고재 펴냄

죽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죽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타인과 반드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를 테면, 가족이 있을 수 있다. 연인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해본 적 있는가? 여기서 '상실'은 '죽음'을 뜻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쯤은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후에는 참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몰려온다. 육체적인 고통은 수반되지 않지만, 정말 심장이 터질듯한 아픔, 무기력감, 혼돈, 두려움, 서러움 등 저항없는 심리적 고통이 밀려온다. 오죽하면 "상실의 아픔이 너무 커서 차라리 죽고 싶어요"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도 있겠는가. 제 3자가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도대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뇌 과학 및 인지심리학 도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SciFri 불클럽이 선택한 책이자 2022년 최고의 심라학 도서로 꼽히기도 하는 등 해외에서는 이미 책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왜 상실의 비애는 슬픔, 분노, 비난, 죄책감, 그리움 등 수많은 감정을 유발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왜 그렇게 반추하는지 ▷상실의 비애는 왜 그렇게 오래 가는지 ▷사랑하는 이를 애도하면서 어떻게 의미있는 삶을 회복할 수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저자 '메리-프랜시스 오코너' 역시 애리조나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로, '슬픔, 상실 및 사회적 스트레스 연구소 GLASS'에서 슬픔이 뇌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및 연구한다. 그의 연구는 미국정신의학회지, 생물정신의학회지 등에 게재됐고,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사에도 소개되는 등 높은 공신력을 자랑한다.

오코너 박사는 "'애도'는 사랑하는 이가 떠난 후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학습의 한 유형"이라며 "함께 삶을 헤쳐 나아가는데 쓰던 지도를 내버리고, 그와 관계를 수정하는 어려운 일을 하라고 뇌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에 쓰던 지도를 이제 쓰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지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 뇌에 새로운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학습하며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두 2부로 나눠 제시한다. 1부에서는 대체 '왜' 우리가 상실에 그렇게 가슴 아파하는 지를 총 7장으로 나눠 설명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어떻게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지 4장에 걸쳐 펼쳐진다.

고통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상실에는 매우 큰 고통이 따른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고통이 작아지길 바란다. 34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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