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영업을 위해 전국을 돌며 운전하는 이모(27)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차량용 비상 탈출 망치를 구입했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등 잇따르는 침수피해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운전하다 보면 갑작스레 많이 내리는 비에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나도 언제 어디서 침수 피해를 입을지 몰라 예방 차원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유모(23) 씨는 몇 번의 검색 끝에 호신용품인 '삼단봉'을 온라인을 통해 구입했다. 후추 스프레이, 전기충격기 등 여러 품목들을 알아봤지만 삼단봉이 가장 휴대가 편하고 유용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얼마 전 '신림역 칼부림' 영상을 보고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을까 봐 늘 주위를 경계하면서 다니게 됐다"며 "최소한의 호신용품이라도 들고 다녀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묻지마 살인 등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자 호신용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하려는 시민들의 경각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폭우 피해가 속출했던 지난 15일을 전후한 14일부터 20일 사이 비상용 탈출 망치와 안전벨트 커터 등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0% 급증했다. 자동차 관리용 공구 판매량도 같은 기간 43% 늘어났다.
호신용품 역시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22일부터 네이버쇼핑 트렌드 차트에서 가장 높은 검색량을 기록했다.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 구체적인 물품을 지칭하는 키워드도 잇따라 순위권에 올랐다.
특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호신용품은 최근 성별을 불문하고 인기가 높다. 신림역 칼부림이 모두 남성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남성들의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 트렌드 차트에 따르면 23일 기준 20~4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호신용품'으로 조사됐고 10대와 50대에선 2위였다.
당분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충북 제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흉기를 든 채 배회하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불안감이 호신용품 구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연재해와 묻지마 범죄 등 불특정 다수의 죽음이 계속되자 누구나 '나도 저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관련 물품들을 구비해놓는 것"이라며 "개인의 공포심을 막아 줄 수 있도록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개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라며 "이 같은 노력과 관심들이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제도적인 개선도 뒷받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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