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저희 3남 1녀 자식들을 떠나 계신 그 곳에서 잘 계시지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참 좋은 시절을 맞았는데도 두 분이 제 곁에 없으니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합니다. 어린 시절 너무나도 가난하게 살아왔던 탓에 네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셨지 않습니까. 이제 그 고생 끝내고 남은 여생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기반을 다 마련했는데 정작 부모님은 제 곁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듯한 기분입니다.
제가 제대하고 나서 아버지, 어머니께 제대 인사를 드렸을 때가 기억납니다. 해병대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너무나도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몸 건강히 돌아온 아들이 큰 절을 올리니 아버지는 "물려준 것도 없는데 뭐가 고맙노?"라고 미안한 듯 한 마디를 건네셨죠. 하지만 저는 "왜 물려준 것이 없습니까? 저에게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물려주셨지 않습니까. 그게 얼마나 중한 것인데 그걸 물려주신 것만 해도 전 대단하다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죠.
그 때 아버지의 얼굴을 봤습니다. 아들이 잘 컸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제 말에 감동을 받으셨는지 찡해 하시는 모습이셨죠. 저는 그 때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봤습니다. 늘 성실하고 부지런하셨지만 세파와 생활고에 힘들어하셨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급한 성격에 화도 많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 아버지의 말씀과 표정에서 아버지에게도 정말 따뜻한 내면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금전적인 것이나 재산보다 더 중요한 '성실함'을 제게 물려주셨기에 제가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또한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어요.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손 대지 말라"는 가르침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편하게 갈 수 있지만 대의에는 어긋나는 많은 유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한 말씀이 이런 유혹을 뿌리치는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네 태몽이 우리집 안에서 밖으로 담을 넘어가는 구렁이를 아버지와 함께 끌어당겨 집에 앉히는 꿈이었다"며 "너는 분명히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고 하셨던 것 또한 제게 긍정의 힘이 됐습니다.
제가 젊을 때 한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할 때 회사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던 중 안지랑네거리 롤러스케이트장 앞에서 호떡을 파는 어머니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어머니에게 지나가면서 인사도 드릴 겸 해서 운전기사님과 함께 호떡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머니는 그 때 많이 창피하셨다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어머니의 모습이 부끄럽거나 창피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머니가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제 마음속에 새겼을 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제게 물려주신 성실함과 올곧은 마음, 건강한 신체, 정신을 바탕으로 키워 온 사업이 이제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제 곁에 안 계십니다. 간혹 사업에서 성과가 나고 잘 진행되는 걸 보면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은데 제 곁에 안 계신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정말 '살아계실 때 더 많이 표현하고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삶이 힘들었고 팍팍했지만 그래도 힘든 내색 내지 않으시고 저희들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물려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씀, 하지 않으셔도 돼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잘 살고 있으니까요. 참 고맙고 감사하고 그립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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