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2차 성징이 형성되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남자는 11~13세, 여자는 9~11세가 되면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이 많아지면서 신체적인 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성적 특징이 나타난다. 빠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이때부터 부모님들이 자녀와의 관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그건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끌어당기려는 부모와 이를 거부하고 점점 더 멀어지는 아이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생긴다. 부모는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 하려는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아이는 부모에게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서로 가장 사랑하지만, 신경전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긁어대니 부모는 부모 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20년 이상 초등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내 아이의 사춘기를 경험하면서 솔직히 속수무책이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 중에 학업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놀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하고 심지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놀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 좋겠어.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말이야."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은 날이면 마음을 다스리며 차분히 말했다. 아이는 쉽게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행동은 이내 반복됐다. 육아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도 아이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천 번 만 번을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춘기 아이에게 반복해서 말하면 점점 더 귀를 닫아버린다. 이때부터 부모는 공부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을지, 아이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 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요즘에는 양육 방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나 유튜브 강의가 아주 많다.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도 바뀌지 않는다. 소중한 자녀들이 사춘기라는 절벽에 매달려 있을 때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존재가 되려면, 부모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한 공부를 지속해야만 한다.
◆사춘기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본질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조교수로 근무한 지나영 교수는 '본질육아'라는 책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본질은 삶을 살아가는 데 등대와 같은 기준이 되어줄 가치라고 했다. 가치를 가르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부모가 잘못된 가치관을 지닌 채 살아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자라나 부모를 원망하면서 힘든 인생길을 헤매게 될 수도 있다.
학급 담임을 맡으면 한 아이를 한 해 동안 살피게 된다. 1년 동안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변화가 없어 보이면 자연스레 실망감이 든다. 그건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위해 열성을 다했지만 아이가 변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면 무기력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맛있는 밥이 되려면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듯, 사춘기 우리 아이들도 지금은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뜸 들이는 시간을 보내는 중일 수 있다. 뜸을 들이는 데 필요한 적절한 온도와 밥을 짓는 데 필요한 물이 바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한 친밀한 관계 만들기
조선 시대 명재상 가문에서는 밥상머리에서 최소 예절만 가르쳐도 훌륭한 교육이 된다고 했다. 어른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절제를 배우고, 같이 나누어 먹는 것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매주 금요일 가족 식사 시간을 일종의 가족 의식과 같이 여기며 식사하는 동안 절대 자녀를 꾸짖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유대인 아이들은 식사하는 동안 부모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예절을 배우게 된다.
나도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이 있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때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함께 외식하기도 한다. 함께 식사하는 동안에는 각자의 일상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함께 밥을 먹는 식구(食口)를 뜻한다. 음식을 함께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친밀감이 강화된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누는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예절과 인성,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을 쌓아나갈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거울과 같다. 부모가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를 관망하면 시간이 흘러 멋진 어른이 된 아이가 부모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힘든 사춘기 터널을 부모와 아이가 기쁘게 통과하길 응원한다.
교실전달자(초등학교 교사, 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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