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동사책

정철 지음/김영사 펴냄

정철 지음/김영사 펴냄
정철 지음/김영사 펴냄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기자에게 대학 입학 시절 한 때 꿈은 '카피라이터'였다. 당시 모든 광고생도들이라면 누구나 꿈꿨을 그 직업. 천재 카피라이터 광고인 이제석처럼 단 몇 단어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머리를 번쩍이게 만드는 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앞서는 마음과 달리 사실 그 일은 엄청 힘들다. 카피라이팅 수업을 꽤 자신있게 수강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카피라이팅 과제에 결코 단 한번도 교수님의 칭찬을 듣지 못했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러보고, 썼다 지우길 반복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지어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쥐고 있었던 '카피라이터' 꿈은 미련없이 시원하게 떠나 보냈다.

35년 차 카피라이터 정철의 첫 산문집이다. 책 제목처럼 저자는 카피라이팅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동사라고 정의한다. 말의 끝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전하는 말, 동사를 사랑한 카피라이터 정철은 일상 속 동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괜찮은 삶을 향한 따스한 아이디어를 나타낸다. 그의 카피라이팅은 압축된 글에서 벗어나 긴 글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삶의 순간들을 동사로 유쾌하게 포착해낸다.

'인생은 가는 것. 누군가 내게 달려올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것. 세상 모든 목마름은 물이 아니라 발이 치유한다'

'사람이라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는 답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 사람하자'

저자는 모든 동사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움직인다고 고백한다. 나를 두고 먼저 떠난 친구를 그리며 '살고', 일상의 대화 속에서 남과 다른 마나의 생각을 '느끼며', 누군가 자신에게 보낸 짧은 안부 문자로부터 깊은 진심을 '배운다'.

책은 저자가 삶을 참방참방 헤엄치며 묻고 듣고 배우고 느끼고 마음으로 만나는 60번의 동사 여행을 담았다. 동사들이 알려준 유연한 삶의 지혜를 터득하며, 괜찮은 삶을 향해 헤엄치며 나아간다. 동사가 전해준 따스함으로 삶과 사람을 진심으로 포옹하는 것이다.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정철의 동사스러운 생각이다. 228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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