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동대구 벤처밸리의 미래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최근 스타트업의 성지로 세계적으로 핫하게 떠오르는 곳이 있다. 국적도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을 지원해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고 있는 프랑스의 '스테이션 F'가 그것이다.

지난 6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 중 파리 '스테이션 F'를 방문해 한국 청년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외국 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은 2017년 프랑스 부호가 사재를 들여 폐역사 부지 3만3천㎡(1만여 평)를 리모델링해서 3천 개의 작업 공간, 20개 이상의 스타트업 프로그램, 카페테리아 등 휴식 공간을 보유한 스타트업 천국이다.

더구나 이곳은 프랑스 자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이민 수속을 편리하게 지원한다.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인 네이버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세계적 기업들의 관심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눈을 대구로 돌려보자. 동대구역을 나서면 10차로 대로에 히말라야시더가 3열로 심겨 있고 그 옆으로 비즈니스 빌딩이 늘어선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동대구 벤처밸리'다. 오래전부터 대구상공회의소가 있었고 옆으로 2000년대부터 기업 지원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자인센터(현 대구정책연구원), 대구무역회관, 대구스케일업허브(DASH센터), 콘텐츠센터, 스타트업 창업학교, 지식서비스센터 등 9개 경제 기관 및 기업 지원기관과 연구소가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일반 기업의 지원과 상장 지원사업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명실상부한 대구의 새로운 경제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면 지원기관과 기업, 주변의 상권까지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테헤란로, 판교를 능가하는 대구 벤처밸리가 될 것인가?

집 앞 동대구 밴처밸리를 자주 산책하면서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곳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를 항상 고민해 왔다.

동부소방서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파리의 '스테이션 F'를 모델로 삼아 새로운 발전 계획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다.

기업 입주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기관들과 기존 기업들이 만들어 준다면 교통과 정주 여건이 갖춰진 이곳이 바로 중심이 될 것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 후보가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동대구역 주변에 일본의 오사카역사 개발 사례처럼 50층 쌍둥이 빌딩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공공기관 유치, 대구시청 유치, 비즈니스센터 등을 넣어 행정과 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지금의 국민의힘) 대구시당 조직부장으로서 여당 후보의 획기적 공약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것이 정치고, 선거다.' 크게 한 수 배운 기억이 있다.

물론 그분은 낙선했지만 이후 동대구역 주변 주민들의 분출된 개발 욕구를 대구시가 받아서 용역 끝에 신세계백화점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를 만들어 주변 개발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다시 동대구역을 보아야 한다. 신암, 신천, 효목 지역에 재건축, 재개발로 주거 여건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젊은 인구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는 시대가 아니라 스타트업을 지원해서 스케일업시키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경제의 시대다.

대구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면 대구 청년이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세계에서 청년과 기업들이 대구로 몰려들 것이다.

이미 대구는 시작했고 지금보다 더 큰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 도시이다.

대한민국의 '스테이션 F', 이것이 '동대구 밴처밸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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