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밀 유출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앨저 히스(1904~1996).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로, 2차 대전 전후 처리를 위한 얄타회담이 소련에 유리하게 결말지어지도록 몰래 도왔다. 미국과 영국의 회담 전략과 의중(意中)을 소련에 흘려준 것이다. 여기에 소련이 얼마나 고마워했던지 회담이 끝난 뒤 히스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당시 소련 부수상 안드레이 비신스키가 몰래 찾아와 사의(謝意)를 표시했다고 한다.('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 이상돈)

해리 덱스터 화이트(1892~1948). 미국 재무부 관리로, 미국 공산당의 지하조직원이다. 1944년 4월 미국 정부가 독일 점령지에서 화폐로 사용할 군표(軍票) 인쇄용 동판(銅版)을 소련에 넘겨줬다. 소련은 이 동판으로 군표를 마구 찍어 병사들에게 뿌렸다. 이로 인해 미국이 입은 피해는 2억2천500만 달러에 달했다.

1930년대 미국 행정부에는 이런 적극적인 공산주의자나 지지자들이 대거 침투했다. 1930년대 말 그 규모는 위협적이었다.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봉쇄 정책'을 입안한 조지 케넌의 말을 빌리자면 "압도적일 정도는 아니라도, 무시할 수 없는 비율"에 이르렀다. 훗날 확인된 그 실상은 경악스러웠다. 국무부, 재무부, 법무부는 물론 대외경제국, 경제전쟁위원회에서 기밀이 유출됐으며, 육군부와 해군부, 전쟁정보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도 마찬가지였다. 루스벨트의 후임 트루먼 대통령이 1946년 11월 '충성도검토위원회'(LRB)를 만들고 이듬해 3월 연방수사국(FBI)이 모든 연방공무원의 정치적 신념과 교제(交際) 관계를 조사하도록 한 행정명령 9983호를 발동한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직 보좌관 A씨가 국방부와 합참 등 군 관련 기관들로부터 보고받거나 열람한 군사기밀이 2급 기밀을 포함해 700여 건에 달한다는 보도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는 이를 의원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간 것일까? 더 큰 문제는 이뿐이냐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A씨와 같은 친북 성향 인사들이 국회는 물론 정부에도 침투해 A씨처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우리도 트루먼 대통령처럼 공무원 '충성도 조사'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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