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고래의 꿈과 희망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소설 모비딕은 1820년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고래잡이 배였던 에식스호가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었다.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이 소설과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에 영감을 받아 작명과 로고를 만들었다.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낸 것은 오디세우스의 지혜와 사이렌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오르페우스였다. 스타벅스의 작명과 로고의 의도처럼 고래잡이배 선장이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에 끌리 듯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찾는다.

신화는 자연의 거대한 공포와 싸워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인간의 실존을 위한 대서사시다. 오디세우스는 그의 지혜로 사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음악가이자 시인인 오르페우스는 사이렌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사이렌 스스로 사라지도록 해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사이렌은 유혹 내지는 속임수를 상징한다. 이 사이렌이라는 신화적 의미와 상징성을 통해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지금 인류는 실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백 마리의 고래가 해변에 좌초한 고래의 죽음을 뉴스로 보고 듣는다. 해초를 가지고 놀던 고래가 비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본다. 아가미가 없는 고래는 바다의 포유류로 폐호흡을 한다. 그래서 고래는 코로 숨을 쉬기 위해 물속에서 숨을 참았다가 물 위로 올라와 호흡을 한다. 사이렌은 신호, 경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의 신화적 상징이 주는 의미는 최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연의 위기에 대한 위험신호이자 경고일 것이다.

고래전문가들은 고래의 놀이와 감정고조 단체 활동 그리고 동반자를 찾는 방식이 인간과 닮았다고 한다. 해양쓰레기를 삼켜 매년 10만 마리의 돌고래가 죽고 오염으로 번식력도 위협을 받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는 고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 속에서 꿈과 희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오디세우스의 지혜와 오르페우스의 노래다. 올해의 녹색상품으로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가 선정됐다. 환경개선 효과를 높인 물티슈라고 한다. 이 작지만 큰 의미는 생산과 소비가 함께 부르는 지혜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 사이렌의 유혹을 벗어나 오디세우스와 오르페우스가 되는 것이다. 고래의 꿈과 다르지 않는 인간의 꿈과 희망이자 인류의 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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