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억 원짜리 관용차 타겠다는 구청장·구의장들

대구의 일부 기초지자체와 의회가 의전 차량으로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급 세단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법률상 저공해 차량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해명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민 눈에도 곱게 안 보인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이 부족하다고 타령해 놓고 정작 의전 차량 구입에는 세금이 안 아깝다는 말인가.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구청·서구의회·북구의회는 구청장 및 구의장 의전 차량 교체를 위해 각각 9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의전 차량 임차 방식 교체를 추진하는 북구청은 1천100만 원을 반영했다. 의전 차량 교체 예산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이들 기관이 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 G80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둬서라고 한다. 국가 기관과 지자체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 저공해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기환경보전법 때문이란다.

지자체장과 기초의장이 최고급 세단을 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 했다. 시중에는 5천만 원 안팎의 국산 전기 차량도 있다. 서울 구로구청은 5천400만 원대 '아이오닉6'를, 부산 수영구청과 광주 서구청은 5천만 원대 '니로'를 의전 차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의전 차량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한다. 서구와 북구 집행부와 의회가 1억 원 가까운 고급 차량을 고집하는 것은 권위 의식의 발로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구청장·구의장의 권위는 의전 차량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치솟는 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실속 있는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게 선출직 공직자의 도리다. 매일신문이 민선 제8기 첫 한 해 동안 국회를 찾은 대구경북 지자체장 실태를 조사했더니 지역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를 위해 수차례에서 최고 19차례 국회를 방문한 기초 지자체장이 경북에 다수 있는 것과 달리, 서구청장·북구청장은 국회 방문 기록이 없다고 한다.

의전 차량 욕심을 내기보다는 지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목민관의 자세다. 의전에서 검소한 모습을 보이면 주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이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서구청·서구의회, 북구청·북구의회는 최고급 세단 의전 차량 구매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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