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우주에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이상헌 뉴스국 부국장
이상헌 뉴스국 부국장

지난해 7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75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성운 등의 환상적인 모습에 세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의 표현처럼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이 달라졌다.

인류는 오는 10월에는 태양계 밖 하늘에 대한 역대 가장 상세한 지도를 갖게 된다. 지난 1일 유럽우주국(ESA)이 쏘아올린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첫 이미지를 보내온다. JWST가 가장 멀리 보는 망원경이라면 유클리드는 최대 20억 개의 은하를 넓게 관측한다.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첨단망원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NASA는 2027년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발사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국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딴 이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 100배 더 넓은 시야로 관측할 수 있다.

ESA 역시 플라토 우주망원경을 2026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 발견이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한다. 이밖에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는 우주 급팽창 흔적을 찾을 라이트버드를 2027년에,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우주 구조를 탐구할 신톈 우주망원경을 내년에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JWST와 유클리드가 배치된 곳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지점이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에 있다.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는 점으로, 우주 관측에 최적 장소로 알려졌다.

여의도 국회는 어떤 면에서 보면 라그랑주 포인트 L2지점 같다. 이 지점의 물체가 태양과 지구에 대해 항상 고정된 궤도를 그리듯이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는 탓이다. 거대 정당 일부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넘쳐나고 대의(代議)는 늘 뒷전이다.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도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현안이다.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모양새'를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연내 우주항공청 설치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KBS 수신료, 방송통신위원장 교체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파행 사태 두 달 만에 지난 26일 열린 과방위 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결국 민주당의 요구대로 특별법은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여기에서 민주당이 찬성하면 본회의 통과까지 무난하다. 그러나 위원장 선출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안건조정위 첫 회의조차 무산돼 향후 순탄한 일정을 낙관하긴 어렵게 됐다.

세계는 지금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체제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냉전 시대와 달리 경제적 이익 추구가 목표다. 지구와 달 사이 공간을 뜻하는 시스루나(Cislunar)에선 달과 소행성에 묻힌 희귀 자원 채취 같은 계획이 이미 추진 중이다.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국민은 '우주 G7'이란 자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선진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에 비하면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인류의 가장 경이로운 지적 성취를 위한 대장정 앞에서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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