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이모(44) 씨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한숨이 늘었다. 평일마다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꼭두새벽부터 도시락을 만들 생각에 벌써 피곤하다"라며 "반찬 배달 업체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워낙 더우니 못 미덥다. 결국 직접 만들어야 한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구 시내 초등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돌입하면서 돌봄교실을 신청한 대부분의 맞벌이 학부모들이 도시락 고민에 빠졌다. 일부 학교는 재량껏 도시락 업체를 통해 점심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학교마다 제각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시내 9개 구·군 초등학교 234곳 중 219곳(93.5%)이 이번 여름방학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에게 개인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도시락 등 외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12곳(5.1%)뿐이다. 나머지 3곳은 점심시간 전에 돌봄교실 운영을 종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교실을 신청한 대부분의 학부모는 개인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42) 씨는 "주변 맞벌이 가정 중에서는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게 부담스러워 돌봄 교실을 포기하는 곳도 있다"라며 "왜 어떤 학교는 단체 도시락을 제공하고, 어떤 학교는 도시락을 직접 싸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부모들은 체력적 부담 이외에도 여름철에 음식물이 쉽게 상할 수 있다는 점과 가정마다 준비하는 음식이 달라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승현 바른부모회 회장은 "돌봄교실 도시락 제공 문제는 매년 화두가 되는 문제인데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학교의 사례를 보면 단체 도시락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각 학교와 교육청이 조금만 신경 써준다면 많은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 운영 방식은 각 학교의 재량에 달린 사안이다. 교육청이 개입할 부분은 없다"라면서도 "방학 돌봄교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체도시락을 제공하는 학교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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