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컬·기타 없는 밴드 "24시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추구"

3인조 밴드 374 정규1집 '1984 선셋' 발표…여름밤 낭만 그려

밴드 374. 좌측부터 이지훈(키보드), 김형균(드럼), 최훈(베이스).
밴드 374. 좌측부터 이지훈(키보드), 김형균(드럼), 최훈(베이스).

통상 밴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보컬과 기타 없이 베이스, 키보드, 드럼으로만 구성된 밴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훈(베이스), 김형균(드럼), 이지훈(키보드)으로 구성된 밴드 374. 이들은 최근 정규 1집 '1984 선셋(SUNSET)'을 발표했다.

최훈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20년도 더 전에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구입한 악기의 시리얼 넘버(일련번호)가 374였다"며 "악기를 처음 살 때 기분을 살려 뜨겁게 음악을 해보자는 취지로 374로 이름을 지었다"고 소개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훈치(Hoonch)라는 솔로 아티스트로도 활동한 최훈을 비롯해 불고기디스코의 김형균, 밴드 양반들의 이지훈까지 세 멤버 모두 경험과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연주자들로만 이뤄진 구성이기에 곡은 연주 스킬을 한껏 뽐내는 독주의 향연일 것만 같지만, 11곡 꽉 채워진 음반 내용은 정반대다.

힙(HIP·멋진)한 무드가 돋보이는 1번 트랙 '해방촌'(Habangchon)부터 파도가 넘실대는 어느 남국의 해변이 떠오르는 타이틀곡 '서퍼스 러버'(Surfer's Lover), 태국 바닷소리를 담아낸 마지막 트랙 '던'(Dawn)까지 이지 리스닝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이 이어진다. 몽글몽글한 사운드는 1980년대 신스팝이 떠오르기까지 한다.

이 같은 감상을 들려주자 최훈은 "우리가 추구하는 사운드가 1980년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반 제목에도 1984를 넣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1980년대는 내가 국민학교 생활을 시작한 시대고, 흑백 TV가 컬러로 변하는 시대였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교차하던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감성처럼 24시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음악이 누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편하게 일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균 역시 "우리 음악은 카페 음악처럼 틀어두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374는 처음에는 베이스와 드럼의 2인조로 계획됐지만, 키보드 사운드를 넣으면 화성적으로 더욱 포근해지겠다는 생각에 3인조로 구성됐다.

보컬이 없는 것이야 관객의 상상을 위한 '여백'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기타까지 들어낸 구성은 의외다.

최훈은 "기타가 있으면 악기의 특성상 주도권을 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밴드의 콘셉트가 흐려질 것 같았다"며 "편하게 들어야 하는 우리 음악에서는 기타가 주는 텐션(긴장감)은 지금으로서는 필요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앨범 중간에 나오는 '부산'(Busan)에서는 재즈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앨범 작업이 잘 안 풀리던 어느 날 '부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니 이 곡이 술술 나왔다고 했다. 마지막 트랙 '던'은 팀의 막내 이지훈이 태국 꼬사무이 바다에서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도 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해방촌의 노을 녘에서 시작해 부산의 밤을 지나 동트는 꼬사무이의 바다까지, 374는 이 한 장의 앨범을 통해 여름의 설렘을 고스란히 전했다.

374는 올해 하반기 정규 음반에 수록된 곡 몇 개를 리믹스해 선보인 뒤 올 하반기 새 싱글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음반이 그랬던 것처럼 속도감 있게 작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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