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 초대석] ‘5무 정치’ 빠진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한국갤럽 7월 4주 차(25~27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29%였다. 민주당 지지도가 30% 밑으로 내려간 것은 3월 1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민주당 지지도 하락세는 서울, 2030세대, 중도층, 무당층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더 참담하다. 5월 2주부터 약 두 달 이상 민주당 지지도는 단 한 번도 국민의힘을 앞서지 못한 채 20%대에 머물렀다. 급기야 7월 3주 차 조사(17~19일)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23%까지 추락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16%로 국민의힘(32%)보다 2배 뒤졌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지역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곳에서 승리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지각변동이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정치적 함의는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가 몰고 온 치명적인 한계다. 민주당은 지난 두 달 동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관광 의혹 등 정부에 크게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파상적인 공격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당 지지율이 오히려 추락하는 등 민심은 반대로 움직였다. 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됐을까?

첫째, 도덕성 파탄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투자 등 당 내부에 겹겹이 쌓인 각종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의 도덕성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도·무당층에서 도덕성이 무너진 민주당이 보내는 메시지에 대한 거부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둘째, 혁신 포기다. 민주당 혁신위는 제1호 쇄신안으로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을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실상 혁신안을 거부한 것이다. 최근에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에서 돌연 기명 투표로 바꾸자는 제안까지 했다. 혁신위의 좌초와 반혁신적 제안은 민주당의 실패를 의미한다.

셋째, 민생 실종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거대 의석(168석)을 갖고 있지만 민생 살리기 법안보다는 오직 특정 세력의 표심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 단독 처리,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노란 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등 입법 폭주를 통해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 원인은 간단하다. 허황된 '이재명 지키기'에 빠져 도덕성이 무너지고, 혁신을 포기하고, 분열되고, 민생을 외면하고, 선동 정치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기의식을 갖고 정체성, 도덕성, 혁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대표 체제가 곧 출범 1년을 맞이한다.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이재명 대표 1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 대표 1년은 '5무(無) 정치'로 집약된다. 민생은 없고 방탄만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없고 당을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이재명 사당화'만 있다. 당 안팎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은 없고 친명-비명 간 분열만 있다. 당을 살리는 혁신은 없고 '이재명 살리기' 꼼수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국민 공감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민심의 평가도 혹독하다. 한국갤럽 조사(6월 13~15일)에서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32%, '잘 못하고 있다' 60%로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이 대표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주었다. 이 대표는 1년 전 당 대표 당선 소감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 "상대의 실패에 기대는 무기력한 반사이익 정치를 하지 않겠다" "합리적인 견제와 협력, 실용적 민생 개혁을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주요 순간마다 당보다는 개인을 앞세웠기 때문에 낙제점을 받은 것은 아닐까? 이 대표는 민주당을 살리고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책임지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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