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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의 메카' 의성군 옛말?…사업 부실 운영으로 정부지원금 중단

3년짜리 '지역 특화 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 선정되고도 성과 평가 '미흡'으로 한해만 지원받아
전문가들 "중장기계획 수립 통한 체계적 컬링 육성산업 추진 필요"

60억원을 들여 2020년 준공한 의성컬링센터 신관 내부. 이현주 기자
60억원을 들여 2020년 준공한 의성컬링센터 신관 내부. 이현주 기자

'컬링의 메카'를 부르짖는 경북 의성군이 컬링이란 테마로 지역 특화 스포츠관광산업을 육성시킬 기회를 잡고서도 부실한 사업 운영으로 정부 지원금조차 놓쳐버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의성군은 2018년 경남 밀양시(요가), 부산 기장군(야구), 충북 보은군(육상)과 함께 '지역 특화 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3년간 30억원(국비 15억원, 지방비 1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 고유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의성군은 2018년 한 해만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성과평가에서 평가점수 56.8점(미흡, 100점 만점)으로 사업 지원 중단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의성군과 함께 선정된 밀양과 보은은 3년 차 사업까지 완료했고 기장은 2년 차 사업까지 마쳤다.

매일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성과평가위원회 개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의성군은 해당 사업의 총괄을 직접 하지 않고 대행사에 맡겨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의성 컬링테마 스포츠 관광타운' 관련 사업은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사업운영 조직이 체계화돼있지 않고 예산 배분과 집행, 행사 진행 및 운영 또한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다 전문인력 등 중간조직이 없고, 효과가 떨어지거나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핵심 상품이 부재하고 주변 상품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게 총론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중장기계획 수립을 통한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평가위원들의 중론이었다.

한 평가위원은 "컬링이라는 도구는 있는데 테마가 없다.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평가위원은 "체계적인 플랜이 안 짜여 있다. 사업에 목숨 걸어야 하는데 지자체의 의지 변화가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컬링 애호가들은 "의성군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컬링의 메카로 자리 잡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현재는 국내외 대회 유치 및 선수 경기력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지지부진한 모양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특화 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 정부 공모사업으로 2020년 준공한 의성컬링센터 신관 등만 봐도 의성에는 컬링이라는 재료는 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느낌이다. 가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근본 문제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성군 관계자는 "컬링의 고장 의성군의 위상을 높일 남녀 컬링 실업팀을 지난 3월 창단했고 앞으로 관련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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