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작품에는 기이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연주 시간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 많다.
가장 연주 시간이 긴 작품을 말하자면 '카이코스루 샤푸르지 소랍지'(Kaikhosru Shapurji Sorabji)라는 영국 작곡가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영국인으로는 생소한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1892년에 영국에서 출생했지만 파르시(Parsi)의 후손이다. 오늘날 인도의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파르시는 무슬림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란에서 인도로 이주한 조로아스터교 신도를 말하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로 잘 알려진 그룹 '퀸'의 '프레드 머큐리'와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쥬빈 메타'가 이에 속한다.
1932년에 완성된 그의 '오르간 심포니 2번'(Organ Symphony No. 2)은 서주, 주제와 50개의 변주, 그리고 피날레로 구성된 독주곡으로 연주에는 8시간 이상이 걸린다. 가장 최근의 연주는 2020년 미국 예일대 우슬리홀에서 있었는데, 전곡은 아니고 세 번째 피날레 부분이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오퍼스 클라비쳄발리스티쿰'(Opus Clavicembalisticum)은 반복되지 않는 하나의 악장으로 된 피아노 작품으로 연주에는 장장 5시간이 걸린다.
소랍지의 작품에 필적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을 들자면, 독일 태생의 영국 작곡가인 '맥스 리히터'(Max Richter)의 '수면'(Sleep)이라는 실험적 작품인데, 연주에 8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수면'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잠자는 중에 듣도록 작곡됐다. 2016년에 있었던 '베를린음악축제'에서는 파자마 차림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연주됐으며, 초청된 사람들은 슬리핑 백이나 캠핑 침대를 가져와 자면서 음악을 들으라고 안내받았다고 한다. 소랍지의 오르간 심포니 2번은 녹음으로 제작되지 않았으나, 리히터의 수면은 긴 버전과 짧은 버전 모두 음반으로 출시됐다.
'모톤 펠트먼'(Morton Feldman)의 작품도 긴 연주 시간으로 한몫한다. 1983년에 발표한 그의 '현악 사중주 2번'은 연주에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작품이다. 원래 '크로노스 사중주단'(Kronos Quartet)을 위해 작곡된 이 작품은 토론토에서 더 짧은 버전으로 연주된 후 부분적으로 연주되다가 '플럭스 사중주단'(Flux Quartet)에 의해 1999년에야 전곡이 연주됐다.
이제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한다면 전위예술가인 존 케이지(John Cage)의 '오르간2'(Organ2/ASLSP)는 아마도 가장 긴 음악일 것이다. 여기서 'ASLSP'는 가능한 느리게 하라는 'As SLow aS Possible'의 약자이다. 이 작품을 살아서 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작품의 공연은 2001년에 독일의 할버슈타트(Halberstadt)에 있는 성 부르카르디(St Burchardi) 교회에서 시작돼 2640년에 마친다(그 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아주, 아주, 아주 드물게 음높이와 코드가 바뀌는 이 작품의 2071년까지 연주 분량을 보면 음이나 코드가 바뀌는 데에 짧게는 30일, 길게는 2천527일이나 걸린다. 도대체 얼마나 느리게 해야 느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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