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상우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사진만이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감정, 느껴보길”


올해부터 총감독 체제…전시·행사 통일성 더해
“사진 자체에 주목…지금까지 없었던 비엔날레 주제”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최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사진비엔날레 심포지엄 모습. 이연정 기자

국내 유일무이한 사진 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다시! 사진으로'를 주제로 9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시내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징 중 하나는 예술총감독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 총감독이 정한 하나의 주제가 모든 전시와 부대 프로그램을 관통해, 행사에 일관성을 더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할 전망이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최근 줌(ZOOM)을 통해 박상우 예술총감독(사진·서울대 미학과 교수)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달 진행한 심포지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참관객이 몰렸다. 사진비엔날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상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첫 공식 행사였던 셈인데, 어떤 점을 느꼈는지.

▶그 날 동대구역에 도착했는데 장대비가 쏟아져서 조금 걱정했었다. 많이 오면 50명이지 않을까 했는데 200석 가까이 되는 좌석이 꽉 차있었고, 자리가 없어 계단참에 앉거나 발길을 돌린 분도 있었다고 들었다. 죄송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06년 시작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심포지엄이 17년 만에 처음 만석이 됐다고 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전까지의 심포지엄 주제는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관계자들만 관심 있는 주제 아닌가. 시민들은 오히려 올해의 전시 주제가 뭐고, 어떤 작품,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관심이 많다. 그래서 '다시! 사진으로'라는 주제가 왜 중요한지, 그를 둘러싼 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쪽으로 포인트를 잡아서 기획을 했다. 여기에 대구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이 더해져, 적극적인 참여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 지난 3월 선임 이후 4개월여 간의 시간을 보냈다. 행사 윤곽을 잡아나가기에 다소 타이트한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일단 준비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행사가 9월 오픈이라길래 당연히 내년 9월인지 알았을 정도다.

정말 짧았던 4개월이었다. 가장 중요한 메인 컨셉, '다시! 사진으로'라는 주제는 사실 하루 만에 결정했다. 그간 항상 하고 싶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해외 큐레이터가 필요했다. 해외 동향을 가장 잘 알고, 이 주제를 중심으로 전시로 꾸며낼 수 있는 이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드레 케르테츠 등 세계적인 사진 작가 등의 전시를 다수 기획한 미셸 프리조에게 부탁했다. 그는 세계적인 학자이자, 사진학 교과서와 같은 'The new history of photography'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간 국내외에서 개최됐던 모든 비엔날레 주제들을 분석해보니, 생태, 기후, 정치, 사회, 여성, 소수자 등 거대 담론의 키워드들로 모아졌다. 지금까지 다뤄진 적 없는 주제에 대해 도전해보고 싶었고, 그것은 바로 내가 평생 연구해온 사진 매체 그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미셸 프리조도 이에 수긍하고 최고의 비엔날레를 만들어보자고 해 무척 감사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그와 지금까지 줌 회의를 매주 두차례씩 계속 해왔다. '사진의 힘'을 주제로 조율 끝에 10개 소주제를 정한 뒤 작가 700명을 선정했고, 4개월 간 70명을 추려냈다.

선임 이후 지금까지 주말을 포함해 정말 한번도 쉰 적이 없다. 슬로건부터 포스터까지 직접 만들었다. 너무 힘들지만 지금까지 전세계에 한번도 없었고, 꼭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주제를 다루게 돼 즐겁다.

최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사진비엔날레 심포지엄 모습. 이연정 기자

- 비엔날레 얘기를 해보자. 슬로건을 '다시, 사진으로!'라고 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시 실체를 되짚어보자는 의미로 느껴진다.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후 점차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사진은 죽었다, 이제는 사진 너머의 시대(포스트 포토그래피)'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포스트 포토그래피'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계속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퍼머넌트 포토그래피'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컴퓨터그래픽, 인공지능 기술이 팽배한 지금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이미지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다시 사진의 힘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사진 매체 본연의 힘에 주목하는 전시라고 강조하셨는데, 그 본연의 힘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사진 본연의 힘이란 회화나 소설, 음악 등 다른 매체가 표현할 수 없는 사진만의 표현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간을 확대하는 렌즈의 힘, 순간 포착을 통해 시간을 확대하는 셔터의 힘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번에 그 사진의 힘을 ▷지금, 여기(Here and now) ▷빛의 폭발(Light Bursts) ▷멈춘 시간(Time Stops) ▷지속의 시간(Time Flies) ▷비포 애프터(Before and After) ▷시점(Point of View) ▷클로즈업(Close-Up) ▷미장센(Setting the Stage) ▷변형(Image Transformation) ▷정면(Face to Face) 등 10개의 소주제로 구성해 전시로 펼쳐 보인다. 각 전시장마다 다른 사진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비엔날레는 총감독 체제로 역할을 확대했다. 모든 전시, 행사를 같은 주제가 관통하게 되는 게 맞는지. 주제전 외에 어떤 전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지.

▶이전에는 감독이 주제전만 맡다보니 다른 전시들과 다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총감독 시스템으로 바꿔 감독이 전체 주제를 계획하고, 그 내용이 다 스며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서 모든 주제전, 전시, 부대 행사들에 전부 '사진의 힘'이라는 컨셉이 녹아들어있다. 전시 중 '대구 사진사 시리즈'의 경우, 대구의 역사적인 사진 중 10개 소주제가 많이 드러난 사진들을 골라 전시한다. 또 '대구의 근대와 지금' 전시는 '비교의 힘'을 주제로, 누구나 아는 대구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을 통해 비교해보는 전시다. 이외에 '영 아티스트전', '포토북 페스티벌'도 준비 중이다.

특히 부대 행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진 워크숍이다. 최근 열렸던 심포지엄이 첫 워크숍이었다. 지명도 높고 탁월한 사진 전문가들을 모셔서 대구 시민과 일주일에 2번 만나게 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사진의 힘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훨씬 더 깊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드론이나 인공지능, SNS 등 요즘 이슈지만 거의 다뤄진 적 없는 사진에 대한 강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있다. 첫번째는 '인생네컷'처럼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배경으로 한 스티커 사진 부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두번째는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대구사진비엔날레 SNS 계정에 올리면 그걸 1~2층 전시장 사이 높은 벽에 빔을 쏴 실시간으로 소개한다. 내 사진도 대구사진비엔날레 기간에 전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오시는 분들이 전시장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최대한 많이 누리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관람객들이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는지.

▶이번에는 정말 사진 냄새가 많이 나는 전시를 전시하려 한다. 관람객들이 사진 매체의 특수한 힘을, 진짜 사진적인 사진의 맛을 느껴봤으면 한다. 미술 전시나 공연, 혹은 책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진만이 불러일으키는 어떤 독특한 감정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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