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9일 북한은 마침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자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 때까지 고수하던 '전략적 인내'를 접고 모든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일거에 제거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지시했다.
이후 1개월 동안의 검토 작업을 거친 뒤 미 행정부가 내린 결론은 '포기'였다. 미국이 대규모 대북 군사 행동을 단행하더라도 북한의 모든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없으며, 북한은 그 보복으로 남한에 핵무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에 핵재앙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미 정보기관의 판단이었다. 결국 오바마는 좌절감을 느낀 채 대북 선제타격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위 내용은 밥 우드워드의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실린 내용이다. 일어나진 않았지만, 만약 미국이 '잘못된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최근 핵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핵문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이 나와 관심을 끈다. 지은이는 외교와 정치 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으며 지난 30년간 북한 핵문제에 천착해온 현직 기자다. 그렇기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상황이나 비화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북한의 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핵을 실어 미국 본토에까지 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갖췄다. 핵무기수도 현재 100기 수준. 2027년에는 200기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상공 800m 지점에서 20kt급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한다면 시청을 중심으로 5.29㎞가 핵폭발의 직접 피해 권역에 들어간다. 사망자는 11만4천610명, 부상자는 42만 명 수준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1기만 터졌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옵션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국의 핵 대응 시나리오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핵 공유'가 있다. 이 시나리오에는 전략핵잠수함의 정기적인 국내 입항 등의 방법도 포함될 수 있다.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전쟁 후 1991년까지 국내에 전술핵이 배치된 적이 있는데, 많을 때는 900발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미국의 승인을 얻어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은이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핵억지력이 필요하다. '핵에는 핵으로'라는 관점에서 북한 핵 무력 수준에 비례해 절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억제력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서울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뉴욕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에 핵 응징을 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물음을 바탕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강구해야 한다"며 "북한이 미·중 전략 경쟁의 틈새를 파고든 것처럼 한국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잘 활용하는 안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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