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고, 누구나 삶의 굴곡이 있다. 그것이 영화나 드라마 속 악인일지라도. 하지만 매혹과 연민의 시선으로 악인과 악행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악을 비호하고 합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슬로건이 창작의 원칙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다시 한 번, 창작 서사에서 악을 재현하는 문제를 상세하고 정연하게 짚어본다. 소설가 겸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웹소설 작가, 비평가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 대해 해박한 9명의 저자가 이에 대한 다채로운 논점을 제기한다.
지금껏 추상적 차원에서 되풀이된 논쟁이 아닌, 영화와 드라마부터 고전문학, 현대 소설, 논픽션 등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유명 작품 속 악인의 사례를 소환해 창작물에서 악인 또는 악이 어떤 효과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묻고 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32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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