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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주식 급등···초전도학회 검증위원회 발족

액체질소로 극저온 냉각된 상태에서 초전도 현상 나타내는 초전도체. 연합뉴스
액체질소로 극저온 냉각된 상태에서 초전도 현상 나타내는 초전도체. 연합뉴스

과학계 난제로 꼽히는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된 주식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금속 등에서 전기저항이 어느 온도 아래에서 0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 전기 저항을 최소화하면 소모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자기부상 열차, 전력망 등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현재는 극저온, 초고압 등 제한된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어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구현되는 초전도체에 관련해 작성한 논문이 공개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는 상온 및 대기업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체를 다룬 논문이 2건 공개됐다.

◆ '묻지마식' 투자 초전도체 주식 급등

상온 초전도체가 논란이 되자 관련 주식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아직 학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 투자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30.00%), 서원(29.98%), 파워로직스(29.97%), 신성델타테크(29.75%)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비츠로테크(24.33%), 대창(18.41%), 인지디스플레(15.60%), 국일신동(12.48%) 등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1.9% 내렸고 코스닥은 3.18% 내렸지만,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로 분류된 종목들은 시장 분위기와 정반대로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아메리칸 수퍼컨덕터는 키움증권을 통해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간 미국 주식 매수 상위 종목 4위에 올랐다. 아메리칸 수퍼컨덕터를 비롯해 거래량이 급증한 일부 종목은 초전도체 테마주로 알려졌으나, 관련성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상온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됐던 대정화금의 주가는 이날 오전 28.22% 올랐으나 회사 측 주식담당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초전도체와 관련해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구리 등을 포함한 거래 내역이 없다"고 밝히자 상승 폭을 되돌리고 7.04% 오른 채 거래가 마감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을 주도했던 2차전지주가 대거 약세를 보이자 관련 자금이 새로운 테마인 상온 초전도체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망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공지문.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공지문.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 회의적인 과학계 "검증이 필수"

과학계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재현성이 없다며 논문 발표를 철회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 역시 발표한 데이터가 세부 사항이 부족하고, 물질 특성상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7일(현지시간) 이번 논문에 대해 조망하며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학계의 반응을 실었다. 사이언스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 내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1주일 내로 물리학자들이 이번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학회 측은 "정상적 절차에 따른 국내외 연구기관의 검증 결과를 지켜보고자 했지만 지난 수일간 결과 진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며 검증위 구성 이유를 밝혔다. 이 검증에는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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