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어리석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 안팎의 격렬한 비난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사과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과는 4일을 끌었다. 이렇게 미적댄 것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아집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문제의 발언 이후 김 위원장 언행은 그런 의심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발언 이틀 후인 이달 1일 김 위원장은 '인천 시민과의 대화'에서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진의(眞意)가 와전(訛傳)됐다' 식의 전형적인 논점 회피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 대결을 해야 하느냐"가 노인 폄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논점 회피는 다음 날인 3일 '강원 도민과의 간담회'에서도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무슨 뜻인지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순진'해서 '오해'를 샀다는 참으로 황당한 소리다.
교수라고 모두 철이 없나? 자신에 대한 모독이자 교수 사회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게 철이 없으면 상아탑에서 고고(孤高)하게 살 일이지 노회한 정치꾼들이 설치는 정치판에는 왜 들어왔나? '정치 언어' '정치적 맥락' 운운은 더욱 기괴하다. '노인 비하'가 아닌 것처럼 '정치적'으로 포장해 세련된 거짓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혁신위가 "사과할 일이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입장이 바뀐 데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는 말은 안 했다"고 했다. 낯 두꺼운 변명이다. 1일과 3일 한 발언들이 사과 거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변명 역시 사과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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