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산이나 바닷가를 찾아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많겠지만, 올해 필자는 대구에서 '박물관 휴가'를 안내하고 있다. 대구시 공립 등록 박물관 3개 관이 속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에서는 이른바 '박캉스'(박물관 피서) 프로그램을 8월 특집으로 마련했다. 박물관에서도 바캉스를 즐기며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상감영공원과 접하고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에서 8월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경상감영과 대구읍성 따라 대구 역사 속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어린이와 동반 가족, 청소년, 청년층으로 구분해 각 연령층의 눈높이에 맞게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신청자를 미리 모집해 진행하는데, 아직 잔여석이 있으니 확인하여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광복절이 있는 8월이면 조국 광복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한다. 대구의 8월에도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 1910년대 일제의 무단통치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던 비밀결사 조직 광복회(光復會)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명칭을 대한광복회라고도 부르지만 광복회가 맞다. 대구근대역사관은 올해 대구 지역 독립운동사 돋보기 전시로 '대구에서 만나자–1910년대 광복을 꿈꾼 청년들'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1915년 8월 25일 국권 회복과 독립을 꿈꾸던 청년들이 달성공원에서 광복회를 결성했으며, 총사령에 고헌 박상진이 추대됐다. 광복회는 조선 팔도에 지부를 설치하고 만주사령관 김좌진 파견, 군자금 모집 활동, 친일 부호 처단 등을 전개했다.
박상진은 1912년 대구 본정 거리(현 경상감영길)의 대구경찰서 앞에 곡물상회인 상덕태상회를 설치하여 군자금을 모집하고 독립운동 거점으로 활용했다. 박상진은 1918년 피체돼 공주지방법원·경성복심법원·대구복심법원 등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1921년 8월 11일 대구감옥에서 충청도지부장 김한종과 함께 사형 순국했다.
8월 11일과 25일에 대구근대역사관은 시민과 함께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8월 11일 저녁에는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발자취를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광복회 결성지 달성공원에서 출발해 상덕태상회 추정지, 재판을 받은 대구복심원 터, 순국 장소인 대구감옥 터 등을 걸어서 답사한다.
광복회 결성일인 8월 25일에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소설 '덕혜옹주' '잃어버린 집' 저자로 유명한 권비영 소설가를 초청해 특강과 함께 문화공연, 특별기획전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달성공원에 위치한 대구향토역사관에서는 8월 초부터 '대구야, GOGO(고고) 유물과 놀자!' 프로그램을 매주 화~토요일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대구에서 출토된 유물을 직접 만져 보면서 제작 시대와 재질 차이 등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 17일에는 '달구벌 역사 문화 알기' 행사로 '선사시대 대구 지역 사람들과 마을'이란 주제의 전문가 특강도 개최한다.
또한 팔공산 기슭에 위치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에서는 최근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을 기념해 기획전시 '팔공산을 기억하고 기록하다'와 '팔공산에 남겨진 태조 왕건의 흔적' 작은 전시를 개최해 시민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8월에 가족·친구·연인과 박물관에서 피서(박캉스)하며 좋은 추억도 만들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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