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영수 전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특별검사가 3일 구속됐다.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를 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한 것이다. 지난 6월 30일 법원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의사회 의장 등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업자들의 은행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8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첫 영장 기각 이후 보강 수사를 벌여 박 전 특검 딸이 2019년 9월∼2021년 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대장동 일당 회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대여금 조로 11억 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특검이라는 공직자 신분이던 박 전 특검이 딸과 공모해 '50억 약속'의 일부로 11억 원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에게 실제 받은 금품 액수는 8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을 거쳐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할 때까지 재벌 기업들의 비리를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이름을 알렸다. 박근혜 퇴진을 외친 촛불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2016년 11월 30일에는 국정 농단 특검으로 임명됐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30여 명을 재판에 넘기는 등 특검 칼날을 매섭게 휘둘렀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 씨에게 포르쉐 렌터카를 받은 의혹이 불거져 특검팀 출범 4년 7개월 만에 불명예 사퇴하며 이름에 먹칠을 했고, 결국 거액의 뒷돈을 챙긴 피의자 신분으로까지 전락했다.
지금 국민들은 박 전 특검이 검사 재직 때 기업들을 수사하고, 퇴직 후에는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을 할 자격이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그가 출세욕에다 물욕까지 추구한 전형적 탐관오리가 아니었느냐는 물음표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법의 집행을 맡았던 박 전 특검의 추락은 법치국가의 권위마저 흔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 게이트를 수사한 특검이 피의자가 된 모습을 보며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그의 기소 때까지 일망타진의 각오로 여죄를 밝히고,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의혹 규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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