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뜰리에 in 대구] 김성수 작가 “꼭두 조각에 걷고, 뛰고, 날고 싶은 소망 담아”

주변인들 모습 담은 꼭두, 새에 탄 꼭두 시리즈 작업
어릴 적 아픈 기억에서 기인…희망적인 의미로 승화
“놀이처럼 즐겁게, 매일에 충실하자는 게 작업 철학”

김성수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 놓인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김성수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 놓인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꼭두'는 전통 장례식 때 상여를 장식하는 사람 또는 동물 모양의 나무조각이다. 망자의 길동무이자 남겨진 이들의 슬픔, 불안을 달래는 것들. 하지만 김성수 조각가의 '꼭두'들은 새를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거나 꽃 위에 앉아 행복을 만끽하거나, 혹은 우리 주변의 친근한 인물들의 모습을 정감 있게 담고 있다. 그가 꼭두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한낮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 4일, 성주에 위치한 작업실 '목유정(木遊亭)'에서 김성수 조각가를 만났다. 그는 "2004년 이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20년이 다됐다. '목유정'은 처음 올 때 내가 지은 이름인데 나무를 갖고 설렁설렁 노는 집이라는 뜻"이라며 웃어보였다.

그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형태의 꼭두들이 손님을 맞는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을 꼭두로 만드는 '사람을 만나다'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그렇게 만든 꼭두만 500여 개.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며 하나하나 생명을 불어넣어 만든 꼭두들이다.

꼭두는 그의 어린 시절에서 기인한다. 김 조각가는 어릴 적 고관절 부위에 생긴 결핵성 관절염으로 인해 수술을 해야 했다.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 11살, 그는 관절 부위를 잘라내고 뼈를 붙게하고자 6개월간 전신에 부목을 대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내야 했다. 마치 꼿꼿이 선 꼭두의 모습처럼.

수술 이후, 그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 내 다리 가져가고 새 다리 주세요." 그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외할머니 상여에 대고 속삭였다. 그 때 강렬하게 남은 상여의 잔상과 어린 시절의 아픔이 한 데 모여 꼭두 조각으로 태어났다.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성주에 자리한 김성수 작가의 작업실 모습.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와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연정 기자

이렇듯 길이가 한 뼘 가량 되는 꼭두는 어쩌면 작은 조각이지만, 그에 담긴 얘기는 결코 작지 않다. 김 조각가는 "걷고, 날고, 뛰고 싶은 내 소망을 담은 것이 바로 꼭두다. 작은 꼭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며 "그래서 꼭두들을 새에 태운 또 다른 작품을 통해 희망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끔 그의 작품은 덜 깎여진 듯 나무의 무늬나 울퉁불퉁한 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나무는 나무다워야한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나무의 물성을 살리려 일부러 매끈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나무와의 교감을 통해 적절하게 물성을 살리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했지만, 500여 개의 꼭두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김 조각가는 "사람을 만들다보면 표현하기가 쉬운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면 오히려 그게 부담이 돼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삶도, 작업도 마찬가지더라. 잘 만들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그냥 사람마다의 소박함을 담으며 놀이처럼 즐기면서 만들자는 게 내 작업 철학"이라고 말했다.

즐거움과 함께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키워드는 성실함이다. 작업실 선반에 그가 써놓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 눈에 띄었다.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려고 직접 쓴 겁니다.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게으르지 않게 살아가려 합니다."

마침 그의 전시가 9월 3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한쪽 벽면을 채운 꼭두 300여 개와 새를 탄 꼭두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성수 작가가 작업실 선반에 써놓은
김성수 작가가 작업실 선반에 써놓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이연정 기자
봉산문화회관에 전시 중인 김성수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봉산문화회관에 전시 중인 김성수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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