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 보고' 갈라파고스 휘젓는 개·고양이…"이구아나도 죽여"

핀치·도마뱀 등 고유종 위협…당국, 무분별한 번식 막고자 중성화 사업

지난해 2월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스 섬에서 촬영된 바다이구아나. EPA=연합뉴스
지난해 2월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스 섬에서 촬영된 바다이구아나. EPA=연합뉴스

다윈 진화론의 발상지로 잘 알려진 '생태의 보고'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고유종 동물들이 개와 고양이의 거친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환경·수생태부(환경부) 산하 갈라파고스 생물보안 및 검역관리국(ABG)에 따르면 산크리스토발 섬을 비롯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ABG와 지방정부 협력하에 '나는 책임 있는 주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갈라파고스 제도 내 개와 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사업과 예방접종, 교육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적절히 관리하자는 게 골자다.

수의사들이 각 섬을 방문해 시민 협조를 통해 개와 고양이의 자연 출산을 억제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만 개 717마리와 고양이 517마리 등 1천234마리를 시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정책은 최근 개와 고양이가 갈라파고스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에 대한 위협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시작했다.

실제 최근 몇 년 새 바다이구아나를 비롯해 핀치와 용암 도마뱀 등 고유종이 개와 고양이의 공격을 받고 죽은 사례가 지속해서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찰스다윈재단과 세계자연기금(WWF)에서 발행하는 더 아틀라스는 "해양 또는 섬에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고유종은 특히 고양이 포식에 취약하다. 조류와 파충류 등이 특히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지 매체도 갈라파고스 제도를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가 한때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에 있었다는 전문가 경고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 담당 책임자인 알베르토 안드라데는 에콰도르 일간지 엘우니베르소 인터뷰에서 "갈라파고스에 오는 사람들은 고양이와 개가 아니라 바다사자와 이구아나, 핀치를 보러 오는 것"이라며 "결국 반려동물은 사람이 섬에 들여왔기 때문에, (고유종 위협) 문제는 부분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지 지방자치단체는 갈라파고스 제도 내 반려동물 관리 조례를 손질하는 등 고유종과 적절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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