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부터 시작된 역대급 폭우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전국 누적 강수량(6월 26일~7월 25일)은 648㎜로 통계가 작성된 51년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낙동강 유역, 특히 경북 북부 지역에 이번 폭우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 25명, 실종 2명, 살던 집이 부서지거나 침수된 이재민 329가구(609명)로 집계됐다.
당시 예천·영주 등 경북 북부 지역 집중호우로 하천 횡단 수도관로 유실, 도로 유실에 의한 수도관 파손, 산사태 등으로 약 1천900세대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수도관 유실 구간 임시 배관 설치 방안 마련 등을 위해 전문 인력 28명을 배치하고, 긴급 복구공사를 위한 건설 장비(백호우 등 10대) 및 수도 자재 등 신속한 지원과 더불어 병입 수돗물 약 8만 병, 세탁·샤워 차량 등을 지원한 결과 단수가 발생되었던 지역의 긴급 복구 및 응급 조치가 조속히 완료되어 다행히 수돗물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집중호우가 무색할 정도로 40℃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로 밖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어디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마음에 비할 수야 있겠냐며 준비해 간 병물을 연신 마시며, 봉사활동 후 돌아가 찬물에 샤워하고 시원한 냉수 한잔을 생각하며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물이라는 생각에 도대체 물(水)이란 무엇일까? 물이 가지는 유순(고요한 물)과 난폭(움직이는 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물은 부드러운 듯하지만 강하다. 물의 이 같은 성질에 대하여 노자는 "천하에 물보다 유약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이기는 데는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물은 바람 등의 외부적 힘에 의해 흔들리고 때로는 난폭해지기도 하지만 연못과 호수 등의 지수는 유순하다. 이것은 물이 부드러움을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은 부드러운 흐름을 지닌다. 하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데서 그치지 않는다. 외부적인 힘이 작용하면 움직여서 난폭해지기까지 한다.
이처럼 물이 가지는 상반된 모순성으로 말미암은 난폭한 물, 앞으로 언제 또 닥칠지 모를 국지성 집중호우와 급변하는 기후 위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에 몸담고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재난 시 안정적 수돗물 공급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통해 주민 불편이 조금이라도 최소화됐으면 한다.
첫째, 수도관로가 관통하는 하천 등 취약 구간을 사전조사를 통해 보완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복구가 가능한 예비 자재를 확보해 둠으로써 집중호우로 관로가 유실되는 경우 신속한 긴급 복구 공사로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지방상수도 현대화를 위탁 추진 중인 K-water와 지자체 간 장비·자재·인력 등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다양한 유형의 공급 중단 사태에 대응하고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주민 소통 방법 등이 포함된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수돗물 탁도 증가가 예상되는 취·정수시설에 대해서는 취·정수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취수원 이전 또는 고탁도 처리가 가능한 정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시대를 피해 갈 수 없다면 사전에 대비하는 것밖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이 가지는 모순의 힘에 대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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