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날려고 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루이스 세뿔베다/ 바다출판사/ 2000)

지난 2007년 서해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의 충돌로 기름이 유출되는 초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갯벌과 바다가 오염되어 양식장은 물론이거니와 갯벌의 수많은 동·식물이 폐사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루이스 세뿔베다는 칠레에서 태어나 라틴문화권을 대표하는 작가로 환경생태나 소수민족보호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작품을 발표했다. 그래서 '행동하는 지성'으로 꼽히는데 그가 쓴 이 작품도 기름 유출과 관련된 환경문제를 다룬 우화소설이다. 유럽의 언론들은 8세부터 88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1989년에 쓴 『연애소설을 읽던 노인』은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유출된 기름으로 엄마 갈매기 켕가는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자기가 낳은 알을 먹지 말고 보호해 주길 바랄 뿐만 아니라 나는 법까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세상을 떠난다. 어린 것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마음을 안 소르바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

부두 고양이의 세계에서는 개인의 행동이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섣불리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어쩌랴. 소르바스가 이미 켕가와 약속을 하였으니 말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갈매기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하면 날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어린 갈매기는 고양이를 엄마로 생각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들은 친구이자 가족이다.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린 서로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순종하고 아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와 같은 존재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우리와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갈매기 네가 그걸 깨닫게 했다."(118쪽)

갈매기가 날도록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 소르바스와 친구들은 결국, 인간인 시인의 도움을 받는다. 시인은 '날고자 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말로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기 갈매기 아포르투나다는 어떻게 되었을까?

삼복더위에 피서지에서도 가볍게 읽을 책을 추천하라면 단연 이 책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내용은 무겁지 않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만큼은 강렬하여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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