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자숙을 강요하는 일본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김준 옮김/ ㈜소미미디어 펴냄

최근 전방위적으로 퍼진 반중 정서와 함께 현 정부의 대일 외교 등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 같다. 일본으로의 여행이 보편화되고 일본 선술집이 장사진을 이루며,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는 것을 봐도 이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우리와는 이질적인 부분이 많다. 가장 이해불가인 분야 중 하나가 정치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올해까지 딱 4년을 제외하고 61년간을 집권하고 있다. 마치 일당 독재를 자행하는 공산주의 국가를 보는 듯하다. 일본이 엄연히 민주국가라는 점에서 이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 책은 현대 일본사회의 습성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 화자가 일본 지성인이란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인은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조직,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행위를 꺼리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일본인이 '제로 리스크'를 추구한다고 비판하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현재의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강제로 이식받았다. 한국처럼 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자력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 그저 체제에 따르고 문제가 생겨도 정권을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지은이는 비판한다. 정부가 교육 제도를 통제하며 평준화 교육을 강요하면서 다양성을 배제한 탓이라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굳이 자신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므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면 책임을 지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인은 점점 가축화가 돼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불만이 있더라도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일에는 침묵하고, 대신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 등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한 내용이 어느 순간 낯설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도 엿보이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를 가르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213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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