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재서 어엿한 예술가로…대구예술영재교육원 거쳐간 예술가 3인

〈2편〉 원석에서 어엿한 예술가로 승승장구 중인 3명의 젊은 예술가들…
윤유정 피아니스트·이영은 첼리스트·정한나 비올리스트
이론 수업부터 오케스트라 활동, 마스터클래스 수업 등 경험들 큰 도움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음악 과정 이수생들이 오케스트라 목관 파트 수업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음악 과정 이수생들이 오케스트라 목관 파트 수업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2019년 제네바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퍼커셔니스트 박혜지(2011년 수료), 2021년 부조니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2013년 수료)에 이어 올해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도 첼리스트 이영은(2013년 수료)….

최근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수료생들의 전 세계 콩쿠르 우승 소식이 속속 들려오면서 이러한 원석을 발굴해 키워낸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의 저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원석 시절을 거쳐 현재 각자 분야에서 멋지게 활약 중인 예술가 3명을 소개한다.

지난 5월 열린 독주회에서 윤유정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지난 5월 열린 독주회에서 윤유정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피아니스트 윤유정

경북예고를 졸업해 서울대 음대 기악과를 우등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 피아노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윤유정(31) 씨는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 2011년 교육원을 수료했다.

9살에 대구음악협회 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 경력을 보유한 그는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노력의 대가였다.

유정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작품을 공부하고 여러 콩쿠르나 오디션, 연주들에 도전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원 오디션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교육원에서 주 1회씩 전공레슨, 시창청음과 음악이론 수업을 받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전공레슨"이라며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고 음악적 사고와 다양한 연주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음악인으로서의 애티튜드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론수업 역시 유정 씨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이론수업은) 서울에선 학생들이 개인 수업을 따로 받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과목이지만, 예중·예고에 재학하지 않는 이상 접근성이 낮다"며 "일반 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부터 체계적인 수업을 들음으로써 음악을 이해하고, 악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작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보다 정교히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원 후배들에게 "때론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없을 것이고, 일반 교과목 공부도 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 힘이 들 것"이라며 "많은 실패와 실망 속에서 지치기도 할 테지만 여러분이 존경하는 모든 대가들과 아티스트들이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깊은 배움과 작은 성취들을 계속 이뤄간다면 현재의 어려움과 고뇌가 더 아름답고 성숙한 음악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첼로 연주를 하고 있는 이영은 첼리스트.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첼로 연주를 하고 있는 이영은 첼리스트.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첼리스트 이영은

대구 태생인 첼리스트 이영은(25) 씨는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의 오케스트라 활동과 실내악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가 매주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참여했다. 독주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영은 씨는 이후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의 개인실기 영재로 발탁돼 10살부터 16살까지 시창, 청음, 음악이론 등 영재교육을 받고 2013년 교육원을 수료했다.

선화예고 실내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입상하는 등 여러 국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영은 씨는 이후 서울대 음악대학에 진학해 매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첼로 실기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올해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1위를 거머쥐는 등 첼리스트로서 승승장구 중이다.

영은 씨는 교육원 시절 오케스트라 합주가 있는 수요일만을 매주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좋아했다. 평소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채로운 목관·금관 악기들을 직접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는 "오케스트라 구석 자리에 앉아 언니, 오빠들이 연주하는 것을 넋 놓고 구경하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엔 연주하는 모든 곡을 외울 정도로 오케스트라에 푹 빠져있었는데, 머릿속으로 일주일 내내 되뇌던 곡이 합주 시간에 실현될 때면 너무나 행복했다. 이때의 기억 덕분에 지금도 여전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앉아있으면 너무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영은 씨는 교육원 후배들에게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은 어린 음악가였던 저의 눈과 귀를 키워준 고마운 곳"이라며 "좋은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이끎에 본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해진다면 분명 큰 도약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이라 믿는다. 교육원을 통해 배움의 기쁨을 맘껏 누리는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협연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는 정한나 비올리스트.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대구시립교향악단 협연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는 정한나 비올리스트.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제공

◆비올리스트 정한나

정한나(25) 씨는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개인음악 영재로 발탁돼 2012~2014년 교육을 받았다.

음악저널 전국 음악 콩쿠르, 한국 음악 협회 국제 학생 콩쿠르, 한국 음악 교육 협회 콩쿠르 등 각종 콩쿠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수상 경력도 어마어마하다. 최근엔 존스 홉킨스 대학 안에 있는 유명한 음악대학인 피바디 음대에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끝마쳤다.

당시 홈스쿨링을 했던 한나 씨는 개인 레슨만 받아왔기 때문에 앙상블(2인 이상이 하는 연주) 경험을 쌓거나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런 한나 씨에게 50여 명이 함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오디션을 통해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의 막내 멤버로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교육원과 첫 연을 맺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이 너무 좋았던 한나 씨는 오후 6시~10시까지 저녁 시간 대부분을 교육원에서 보냈다.

한나 씨는 오케스트라 활동 외에도 마스터 클래스(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음악가가 직접 음악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 무대에 서서 정말 유명하신 교수님, 선생님께 연주에 대한 코치를 받는 식으로 이뤄지는 수업이었는데, 마스터 클래스가 정말 좋았던 이유는 다른 친구의 연주를 듣고, 다른 친구가 선생님께 코치 받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 또한 친구의 연주를 마음속으로 분석하고, 이를 선생님들의 지적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이어 "교육원에서 친구들의 각기 다양한 연주 스타일을 보고, 서로의 연주에 대해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았던 기억들이 계속 음악 활동을 해나가며 만났던 많은 사람과 합을 맞춰야 할 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음악도 그렇지만,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최대한 참여해 이러한 역량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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